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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누가 함부로 양심을 들먹이는가?

관리자 기자  2011.05.25 14: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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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한국 국제정치학회 기획이사(정치학 박사)

 

 

한동안 우리 사회에 ‘양심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양심수란 과거 6.25전쟁 이후 체포된 빨치산 중 전향을 거부하고 투옥되었던 비전향 장기수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가운데 1인인 이인모의 경우 김영삼 정부 초기 “어떠한 이념보다 민족을 우선할 수 없다”라는 다소 치기어린 사고에 의해 석방되어 북한으로 보내졌는데 북한에서 그는 특급 영웅대접을 받았다.
또한 양심적 병역 거부란 특정 종교 신자들이 심지어는 국기에 대한 경례조차도 거부하는 등 집총을 거부하며 병역을 기피하는 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용어도 양심적이라는 표현 대신 ‘종교적 신념’이라는 말로 바꾸고 대체근무제도를 고려중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최고 지성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서울법대에 재학중인 강의석군이 군대를 갈 바에야 차라리 감옥을 가겠다고 하면서 자퇴를 했다는 기사가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한다. 강의석의 경우 종교적 이유인지 다른 이유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양심이라는 말을 너무 흔하게 그리고 아무런 비판 없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지? 양심이란 사전에 의하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바르고 착한 마음 또는 자기 행위에 대해 선악을 판단하고 명령하는 도덕 의식이라 되어 있다. 그렇다면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의무를 하지 않겠다는 행위가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대고 학살한 행위가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착한 행위가 되고, 도덕 의식이라는 것인가? 우리 사회에 어찌 이러한 일뿐이겠는가?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의 명함을 지닌 한상렬 목사의 경우 불법적으로 북한을 방문해 남쪽에 대해서는 역적 패당으로 규정하고 북한 김일성 주체사상을 마치 자주정신의 발로인 것처럼 호도했다.
주체사상이 무엇인가? 주체사상은 곧 김일성 우상화를 위한 허구논리일 뿐이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체제를 정당화 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상렬은 목사라는 종교 지도자의 신분으로 이러한 행위를 신앙과 양심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건은 과거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전력을 지닌 민주노동당 당원인 K모씨가 정부기관의 전산정보를 관리하는 N사에 입사한 뒤 합동참모본부와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출입하면서 국가 1급 기밀 중 하나인 ‘통합지휘통제체제 제안서와 ‘노드IP 주소‘ 등을 빼내었다고 한다.
특히 노드IP 주소는 우리 군의 전산망에 들어갈 수 있는 핵심 자료로서 이 자료가 북한측에 제공될 경우 북한의 해커부대들에 의해 공격을 당한다면 모든 작전과 인명이 노출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문제는 공안당국이 K를 검거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는 사실이다.
법관은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한다는 대원칙에 따른 것이니 할 말은 없지만 국가 1급 비밀을 빼냈으며, 과거 스스로 기회가 닿으면 간첩질을 하겠다라고 선언한 사람에게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한 것은 법관의 양심이 국가 위에 있다는 말이 되니 참으로 양심의 남용이라고 보는 것은 나 하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