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균 카피라이터
최근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겉으로 멀정한 사람 가운데서도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왜 기쁨은 없고 우울한가.
어디에서 기쁨을 찾을 것인가. 기쁨을 추구하되 잘못된 근원에서 기쁨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 성장, 실적, 인정받는 것, 대접받는 것, 편안한 것, 이런 것들에서 기쁨을 찾게 되면 중독증상이 생긴다. 중독자가 더 큰 자극을 위해 계속 약물에 의존하는 것처럼 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실적을 이뤄야 하고 더 좋은 대접과 인정을 누려야 하고 결국 멈출 수가 없게 된다.
아파트 광고를 생각해 보라. 주로 아버지가 아들을 목말 태우고 그 옆에는 아내가 사랑스러운 미소를 띠고 행복하게 웃으며 가족이 아파트로 들어간다. 이 공간이 너무 좋아서 혼자만 있어도 행복하다. 이런 아파트 광고는 상상이 안 된다. 광고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광고를 해도 아파트만 돋보이게 해서는 광고가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사귐이 있는 공간이라고 선전해야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호감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사람들은 착각한다. 이런 아파트를 사면 이런 사귐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아파트에 이런 가족은 포함되지 않습니다"라는 주의 광고를 해야 하는데 안 한다. '아파트 있으면 기쁩니다'라고 과장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귐이 있어야 기쁩니다. 라고 정직하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귐이 있어야 행복하니 서로 사랑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 사귐 가운데 내가 행복해지면 자연스럽게 행복이 전해지게 된다. 내 기쁨이 없는데 단지 나에 이야기을 전하려면 피곤하고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사귈 수 있어야 한다.
사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3가지가 열려야 한다.
첫째, 가슴이 열려야 한다. 가슴이 열리지 않으면 사귐이 이뤄지지 않는다. 세상에서 웬만한 일들은 마음을 열지 못해서 참 말을 안한다. 직장생활도 마음 안 열어보여도 되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손님들에게 마음 열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가르치는 일이나, 상담하는 일 따위도 가슴 열지 않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사귐이 이뤄지려면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나도 마음이 열려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깊은 사귐은 안 이뤄진다. 그러나 짧은 시간의 사귐이라도 마음이 열리면 금세 깊은 관계를 누릴 수 있다. 소통이 되는 분은 가슴이 활짝 열린 분이다. 슬픔, 피곤함, 외로움, 기쁨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이 심히 괴로우니 나를 위해 진정성 있는 눈물을 보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함께 기뻐해 주었고 참된 믿음을 보였을 때는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다. 과장하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할 줄 알았다. 이것이 진정한 남자다움이다. 그랬기에 누구를 만나더라도 깊은 사귐을 가졌다. 아무리 짧은 만남이라도 빙빙 돌지 않고 마음을 열고 곧바로 본질적인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모든 만남을 의미 있는 사귐으로 만들어 냈다.
둘째는 집이 열려야 한다. 집이 열려야 한다고 지금도 우리는 집대문에서 노크한다. 마음에 집이 없으니 담도 문도 없었을 테고 삶은 그렇게 활짝 열려있다. 요즘 지자체에서 울타리를 없애면 그 자리에 주차공간을 마련해 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던데 참 잘하는 사업이라고 본다. 좁은 골목에 마주보며 담들이 빙 둘러져 있을 때는 참 답답해 보였는데 그런 담들이 허물어지고 자그마한 주차공간과 화단들이 생겨나니 동네가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집이 열리면 사귐이 이뤄진다. 집마다 형편은 다 다르다. 음식 못하는 사람, 청소가 너무 힘겨운 사람, 집이 너무 좁은 사람, 등등 그러나 그런 사정 속에서도 희생을 감수하고 집을 열수 있다면 엄청난 사귐의 에너지가 나올 것이다.
세 번째는 스케줄을 열어야 한다. 전적인 이타의 삶으로 성공의 비결은 시간 관리와 일정 관리에 있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우선순위에 의해서 먼저 자기중심으로 만나야 할 사람, 해야 할 일들을 정해놓고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만남이나 불필요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스케줄을 짜놓고 그 스케줄을 전혀 열지 않고 타협 없이 살아간다면 세상은 점점 타산적이 되고 개인은 점점 고립되고 외로워질 것이다. 계산과 일이 사귐을 몰아내게 될 것이고 세상은 삭막한 곳이 되고 말 것이다. 기꺼이 내 스케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정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세가지가 열리면 진정한 사귐이 있고 이 사귐을 통해서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요즈음 사회 암적 존재인 우울증도 해소 될 것이다.
요즈음 사회 현상인 황혼 결혼도 기쁨 있는 사귐으로 인생에 마지막 꽃을 흐트러지게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재미는 있어도 기쁨은 없고, 쾌락은 넘쳐나도 진정한 즐거움은 드물다. 최근에 가장 기쁨을 누린 적이 있으면 진정 나누어 소통하면서 즐거움을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