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근간 흔드는 정당공천 폐지해야”
“무조건적인 폐지보다 공천개혁이 우선”
지방선거에서 첫 도입된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이 또다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8일 전국 기초 시·군·구의장 청와대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초 지방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를 언급하고, 전국시군구의회의장협의회장단이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결의를 다지는 등 해묵은 정당공천 폐지 바람이 불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7월 22일 여의도우체국 5층 소회의실에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당공천에 대한 찬반 토론회가 100분간 개최됐다.
영등포신문사가 주최하고 영등포텃밭포럼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김문석 미래사회문화연구소장(철학박사), 이정미 민주노동당 영등포구위원장, 이경수 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이사(정치학박사), 최화엽 영등포신문 편집자문위원, 김윤섭 영등포텃밭포럼 회장, 이영맹 영등포구육상연합회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정당공천 폐지·존치에 대한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에 앞서 이날 사회를 맡은 김용숙 사단법인 전국지역신문협회 중앙회장은 “올해로 지방자치 부활 20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에 대한 찬반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정당공천의 현 실태와 문제점을 도출해서 그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지방자치가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방자치 20년에 대한 평가
먼저 이정미 민노당위원장은 “지방자치제도가 이만큼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주권자 참여의 폭을 확대시켰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20년간 중앙정부의 행정 권위주의 행태 완화와 주민소환제 등 실질적인 시민들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제도가 완성돼 좋은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자치 활성화에 큰 걸림돌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주민이 요구하는 사업에 예산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김문석 미래사회문화연구소장은 “지방자치 20년간의 업적은 중요하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측면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무조건적인 폐지론만을 주장하기 보다 폐지 후 발생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이뤄지는 많은 일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수 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이사는 “지방자치제도가 민주주의 제도를 완성한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반면 전국 232개 기초단체 재정자립도가 평균 51.9%로 생색내기, 전시행정 등 낭비적 행정으로 순수한 지방자치가 국민에게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또한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를 감시 감독해야 할 기초의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지방자치의 현 주소”라고 덧붙였다.
최화엽 영등포신문 편집자문위원은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와 이전 성과가 확연히 나타났다며, 무엇보다 행정 권위주의가 대부분 사라졌거나 주민에게 다가가는 행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윤섭 텃밭포럼 회장은 “지방자치제도가 확실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특히 정당공천제는 지방자치제도를 퇴색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방분권을 확대해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맹 육상연합회장은 “20년이 지난 지방자치는 그동안 기초도를 다지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는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 정치인 모두가 환골탈태해 깨끗한 정치·행정으로 지방자치제도 올바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당공천제 찬반론과 실태
이경수 기획이사는 “정당 공천제도에 대한 문제를 논하기 보다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압도하거나 공천헌금 등이 공천과정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를 통해 봉사하고 지방정부를 감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 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미 위원장은 “정당 공천제도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단순히 공천제를 폐지하는 문제가 아닌 정당을 통해 선출되는 후보가 어떻게 지방의회에서 자신의 정치를 잘 실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 만큼 공천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공천제의 가장 큰 장점이 책임정치라며, 오히려 공천과정을 투명하게 한다면 좋은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정당 공천 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섭 회장은 “지방정치를 교란하는 중앙정치와 공천권자의 행태는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라며, 이제라도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정당공천제도를 폐지하고 진정한 지역일꾼을 당선시킬 수 있도록 후보 선택권을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맹 회장은 “고비용과 부패구조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국회의원들만을 위한 제도, 지방자치발전 저해, 지역감정의 고착,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당 공천제도는 절대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화엽 자문위원은 “정당이 지방자치에 개입을 하면 정당의 종속화 내지 예속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정당 공천제도는 공천을 바라는 사람들이 공천권자들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만큼 지방자치에 대해서는 정당공천은 무용하다”고 말했다.
김문석 소장은 “기초의원의 전문성, 개혁공천 등은 정당 공천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좋은 방안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정당공천 폐지에 따른 부작용과 방안
김윤섭 회장은 “지역의 진정한 일꾼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며 “폐지에 따른 후보 난립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후보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을 모르는 사람이 정당기여도에 따라 공천을 받던 기존 공천제도를 폐지하고 주민에게 후보 선택권을 맡긴다면 이러한 후보 난립에 따른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수 기획이사는 “주민에게 자유롭게 선택권을 주는 자연정화는 오히려 자정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앞으로 5년이내 지방자치와 기초의원 후보에도 국민경선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당공천제 폐지보다는 정당 공천개혁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당공천제도 폐지에 앞서 행정시스템을 먼저 고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화엽 자문위원은 “정당공천제도 폐지에 따라 토우세력은 물론 졸부와 비리전력자 등이 지역내 등장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공천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있는 만큼 당장 공천제도를 폐지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위원장은 “정당공천제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당개혁인 만큼 정당들의 책임정치가 우선시돼야 한다”며 “특히 국민들의 정당정치 의식 수준을 높여가기 위해서 20.30대 정치 무관심층을 정치 속으로 끌어드릴 수 있는 등 정당정치를 좀더 활성화시키고 개혁시키는 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석 소장은 “정당 공천제도에 따라 후보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을 선택하거나 지역내 국회의원에게 잘보이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돼 정당공천이 퇴색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지 무조건적인 폐지는 어렵다”고 말했다.
◆ 지방의원 ‘겸업·연봉제’ 문제점
김윤섭 회장은 “연봉제도는 기초의원들의 기초생활 유지면에서는 유지돼야 하지만 각종 비리를 야기하는 겸직은 반드시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수 기획이사는 “과거 무보수·명예직이던 지방의원 대부분이 재력가 등으로 전문성이 떨어진게 사실이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유급제를 도입한 결과 지방정부에 대한 감시 기능이 향상된 만큼 연봉제는 유지돼야 하지만 자기사업을 이권에 활용할 수 있는 겸직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방청객 가운데 이규선 영등포구탁구연합회장은 “정당공천제도는 광역단체장과 광역 시·도의원에게만 적용하고 나머지 기초의원은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정운 영친회장은 “주민을 대변해 일할 수 있는 진정한 일꾼을 뽑아야하지만 중앙정당이 개입하는 정당공천제도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정당공천제와 구의원 연봉제 등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달 영신상가 운영위원회 회장은 “지역을 전혀 모르는 인사가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정당 공천제도를 폐지해 지역주민이 참된 일꾼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이라는 취지에서 도입된 공천제도가 중앙정치의 지방정치 지배, 공천비리 심화 등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며 폐지론을 확산시켜 온 것은 사실이다. 반면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이 없으면 지역유지 등 소수의 사람들이 지방정치를 독차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만큼 정당공천 폐지와 존치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오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