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문화 중심지 프랑스에서 한류 열풍이 뜨겁게 불었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인(아이돌은 우상이란 뜻인데 이젠 예쁘고 잘생긴 젊은 연예인들을 지칭하는 명사로 굳어버린 것 같아 씁쓰레하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이 출연한 콘서트가 유럽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한국 언론들은 1969년 영국 팝가수 클리프 리차드가 내한 공연을 했을 때 열광적이었던 한국 소녀들의 사진과 50년 후 현재, K-Pop에 열광하는 유럽 사람들의 사진을 나란히 실어 격세지감을 이야기 했다.
아이돌 그룹을 인솔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이제 메이드 인(made in) 시대가 아닌 메이드 바이(made by) 시대라고 했다. 인종과 국경과 문화를 초월해 막강한 기획력에 의해 가수나 공연이 계획되고 만들어지는 시대라는 말이다. 그 말처럼 요즘 가수들은 발굴해서 훈련시키고 데뷔하는 모든 과정이 철저한 기획과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다. 마치 기업이 신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공정과 같다.
노래가 좋아 부르다 영감을 얻어 작곡을 하고 우연한 기회에 데뷔를 하게 되어 가수의 길을 걷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질 것이다. 가내 수공업 제품이 대기업의 기획 상품과 경쟁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타고난 천재보다는 만들어진 천재의 시대다.
올해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은 맨유와 바르셀로나 경기였다. 두팀 모두 세계 최강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는 박지성이 속한 맨유를 응원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맨유는 바로셀로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맨유의 백전노장 퍼거슨 감독은 어떤 작전을 구사해도 안됐지만 바로셀로나의 과르디올라는 뭘 해도 되었다.
경기 후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퍼거슨은 바로셀로나를 “내 생애 경험했던 최고의 팀”이라고 평했다. 이후 퍼거슨은 맨유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지만 과연 앞으로도 맨유가 바로셀로나를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 팀은 체질이 다르다. 바로셀로나는 매시를 비롯한 대부분 주전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바로셀로나 유소년팀에 발탁돼 훈련한 선수들이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골수 바로셀로나 출신이다. 말하자면 메이드 바이 바로셀로나(made by Barcelona)다. 본능적으로 손발이 맞을 수밖에 없다. 매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 보다 바로셀로나 클럽팀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맨유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영입해 조합한 팀이다. 어셈블드 바이 맨유(assembled by MU)인 셈이다. 각자 생존한 타고난 천재들이 모인 팀이 만들어진 천재들의 팀을 이길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유럽 사람들을 열광시켰던 아이돌 그룹도 SM엔테테이먼트 이수만 회장에 의해 기획되고 만들어진 기획품인 것이다.
씁쓸한 뒷맛은 결코 노예계약 운운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아이돌 그룹 한사람 한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고 격려하며, 각자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극대화 시켜 문화 수출의 주역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성세대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그들을 스타로 만들어 주기 보다는 우리의 자식들과 문화적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되길 원한다. 스타는 멀리 있지만, 친구는 가까이 있으니까.. 스타는 잠깐이지만, 친구는 영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