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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냐 원두막이냐

관리자 기자  2011.08.24 11: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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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동 메낙골 공원의 주인은 누구인가?

 

신길동 삼성래미안아파트 옆엔 작고 긴 형태의 메낙골 공원(일명 삼성공원)이 있다. 아파트 건설당시 기부체납된 메낙골 공원은 운동, 휴식, 놀이 등 일상을 즐기려는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이곳에 불비한 화장실 설치문제로 주민간의 실랑이가 계속되고 있다. 주로 게이트볼장 쪽 원두막에서 할아버님들이 중심이 되어 ‘화장실이 없어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구청과 지역구 국회의원 등에게 민원들 제기하는 등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인근 아파트 등 주로 여성 주민들은 공원 내 화장실 설치를 적극 반대하고 있었다. 반대 이유는 화장실 설치 후 발생하는 악취와 불결한 환경, 청소년 흡연 등의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화장실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오히려 원두막을 없애라는 극단적 주장도 펼치고 있다. 실제 원두막에서 장기 등을 즐기시는 할아버지들이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음에도 산책로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보기에도 민망한 노상방뇨 등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을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심야엔 원두막에서 밤새도록 놀다간 청소년들이 버린 오물로 공원이 지저분해지고 있기에 원두막을 차라리 없애라고 주장한다. 이에 할아버지들은 자율적으로 청소를 해오고 있지만, 어르신들의 습관성 무단투기, 심야시간대 불량 청소년들의 무단투기 등으로 단속 및 청소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우거진 녹음 사이로 산책로가 형성된 이곳 메낙골공원은 사방이 아파트, 단독주택으로 둘러 쌓여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숨통을 트여줄 만큼 너무도 소중한 공간이다. 때문에 어르신들의 마땅히 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서 원두막이 없어진다는 것은 극히 매정한 일이 될 수 있다.

작년에도 공원 내 복지공간을 확충하기 위해 한켠에 바닥분수를 설치했지만, 반면 아이들이 그나마 공놀이라도 즐길 공간이 없어져 이래저래 볼멘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만큼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은 이젠 주민들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구청에서 민원을 통해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한다. 하지만 늘 관리가 문제였다. 주민 편의시설이 관리소홀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도퇴당했던 사례가 많음을 직시해야 한다.
흔히 쓰레기통이 설치된 곳이 더 더럽다고 하듯이 실제 이곳 메낙골공원 원두막 주변도 마찬가지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쓰레기통이 옆에 있는 데도 무단투기가 횡횡하는 곳의 화장실 설치라면 차후 관리에 더 큰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측은 명약관화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화장실 설치’보다 ‘원두막 폐쇄’ 라는 매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민원이 높을 수 밖에... 실제 이와같은 이해관계로 원두막이 사라진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누가봐도 메낙골공원엔 화장실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르신이 쉴 수 있는 원두막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공원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이며, 그 주인은 이 공원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이번 기회에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되돌아 봐야 한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주민’에게 있지 ‘구청’에 있지 않다. 국민이 주인된 제도가 ‘민주주의’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우린 민주화가 덜 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는 전국 모든 공공시설의 공통된 고민거리일 것이다.
/ 김용승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