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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 김병중의 백두산트레킹

관리자 기자  2011.08.24 12: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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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출발점인 백두산을 오르다’

 

이 땅의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에서 뻗어내려 한반도의 등뼈를 이루고 지리산에 이르러 장장 1,400km의 백두대간이 완성된다.
백두대간을 남한에서 종주 할 수 있는 거리는 지리산 천황봉에서 진부령까지 670km로 백두대간의 절반도 안 된다. 그래서 백두대간을 종주한 모든 산 꾼들은 진부령 표지석 앞에서 해냈다는 자부심과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복받친다.
몇 년 전 백두대간 남한 구간을 마치고 백두산까지 내달리고 싶었지만 몇 년을 벼르다, 드디어 백두산을 가게 되었다.
백두산은 휴화산으로 화산의 분출물이 산화되면서 형성된 부석이 덮혀 있어 마치 흰머리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2500m 이상의 봉우리가 16개 되고 정상에는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로 이뤄진 천지가 있다. 천지는 전 세계 화산호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백두산의 서파, 북파는 중국 길림성에 속하고 남파, 동파는 북한의 양강도에 속한다. 아직 북한 지역은 갈 수 없기 때문에 중국 땅에서 올라야 한다. 백두산 천지를 가는 길은 크게 세 가지다.
남파, 북파, 서파 여기서 파는 중국말로 언덕이라는 뜻으로 그중에서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북파 관광코스는 지프차를 타고 천문봉 능선 기상대까지 올라 걸어서 5분 거리로 천문봉에 올라 천지를 보고 달문 장백폭포를 볼 수가 있다. 장백폭포 옆의 관광로였던 계단은 3년 전 허물어져서 지금은 통행이 금지된 상태다.
남파는 셔틀버스를 타고 압록강 대협곡을 지나 4호경계비가 있는 관면봉에 올라야 천지를 볼 수 있다. 서파 역시 산문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금강대협곡, 왕지, 금강폭포를 둘러보고 5호경계비가 세워져 있는 1236개 계단을 올라가면 천지를 만날 수 있다.
9월이면 눈이 내리는 백두산은 7월이 백두산 여행의 적기로서, 7월의 백두산은 들꽃 천지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산악회에 신청해 23명으로 팀이 구성됐다. 7월 23일 인천공항에서 만나 비행기로 1시간40여분이 걸려 심양공항에 도착했다. 참고로 장춘을 통해서 백두산 서파산문으로 들어가면 시간을 단축 할 수 있다.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버스를 타고 서파산문 밖 호텔로 향했다.
중국의 교통질서는 엉망이다. 신호등이 있음에도 자동차와 사람 모두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그래도 도시 구간을 지날 때는 나은 편이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시골길은 도로가 움푹 패여 버스가 요동을 칠 때 마다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난다. 이러다가 버스가 멈춰 서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겨우겨우 통화시에 들려 늦은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했다.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 나오기를 반복해 겨우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어슴프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가이드의 말에 우리는 겨우 짐만 풀고 아침을 대충 먹고 서파산문으로 향했다.
깜깜한 밤 덜컹거리는 버스로 12시간을 달려왔지만 천지를 보겠다는 일념에 피곤한 기색도 없이 모두 들떠있었다. 서파산문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백두산 출입은 셔틀버스를 타야만 가능하고 셔틀버스 운전기사들의 운전 솜씨는 가히 기예수준이였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어쩌면 그렇게도 빨리 달릴 수 있는지 좀 천천히 가주면 구경도 할 수 있으련만 우리는 손잡이를 꽉 잡고 운전기사의 운전솜씨에 그저 감탄 할 뿐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와!” 하는 탄성이 나왔다. 차창 밖으로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가 낮게 깔린 운무 속에 펼쳐져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자 수목 생장한계점으로 나무 한점 없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완만한 능선에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어우러져 들꽃 천지를 이뤘다. 이런 곳은 하루 종일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어슬렁거리고 싶었다. 나는 어차피 흔들려 건질 수도 없을 걸 알면서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원래 첫째날은 5호경계비로 올라 천지를 보고 왕지 금강대협곡을 볼 예정이었으나 휴일이라 관광객이 많이 몰려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아쉽지만 그랜드케년에 비교된다는 금강대협곡으로 발길을 돌렸다.
우리는 천지를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아쉬움에 금강대협곡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금강대협곡은 화산폭발로 분출된 화산재와 용암 등이 엉켜 기묘한 바위 조각상이 만들어졌다. 이곳을 보호하려고 나무 테크를 설치해 놓았지만 곳곳이 허물어져 있고 왕지는 막아놓아 갈 수가 없었다.
우리는 실망스런 얼굴로 남파로 향했다. 날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바뀌어 자칫 천지를 볼 수 없을까봐 걱정하고 있는데 도로 사정까지 엉망이여서 버스가 거북이 걸음이였다. 비포장에다 군데군데 공사중이라 버스가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황에 길까지 잘못 들어 터널 안에서 차를 돌리는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날씨가 좋아 비옷을 호텔에 두고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나기가 쏟아져 마음속으로 천지만은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겨우 도착한 남파산문의 하늘은 우리를 반기듯 맑은 하늘을 보여줬다. 빨리 천지에 가고 싶었지만 단체로 움직이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맛도 없는 도시락만 꾸역꾸역 삼켰다. 우리는 또 운전기사의 운전 실력을 감탄하며 압록강 대협곡을 지나 드디어 4호 경계비가 있는 관면봉에 올랐다.
나는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데 누군가 소리를 질러댔다. 중국말이라 알아듣지 못하자 가이드가 다가와 주의를 주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북녁땅이라고 한다. 그제야 돌아보니 경계비에 붉은 글씨로 한쪽은 중국, 다른 한쪽은 조선이라고 적혀있다. 북녁땅이 바로 여긴데 한 발짝 앞인데 갈 수가 없구나!
드디어 마주한 천지에 가슴이 벅차올라 또다시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르는데 가이드의 독촉 소리가 들린다. 내일 하루 종일 천지를 보며 걸을 수 있으니 그만 내려가잖다. 이 아쉬운 마음을 어찌할꼬!!
마지못해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압록강 대협곡 앞에서 버스가 잠시 멈췄다. 여기서부터 압록강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랜 시간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왔지만 천지를 보았다는 안도감에 어느덧 불안감은 사라지고 저 마다 천지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외륜봉을 종주하다

백두산 정상에 있는 천지는 여러 차례의 화산 폭발로 동서 길이가 3.15km 남북길이는 4.5km인 타원형 화구로 해발 2500m이상인 16개의 봉우리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능선 안쪽을 내륜 바깥쪽을 외륜이라고 한다.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에 내리자 천지까지는 관광코스라서 인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주차장에서 1236계단을 40여분 오르면 서파 5호경계비에서 천지를 보는 것으로 시작해 15km를 오르락내리락 걸으며 안쪽은 천지가 바깥쪽은 들꽃 천지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백두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은 종주비를 지불하고 10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는 힘든 코스라 중국 사람들은 오지 않는다. 이때부터 조용해서 정말 온 천지가 우리들 차지가 됐다. 5호 경계비에서 왼쪽으로 마천우를 돌아 청석봉에 올라서면 약간 숨이 차고 고도 2600미터 이상이라 사람에 따라 약간의 고소증을 느낄 수 있다. 이제 가파른 너덜지대를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잠시 쉬며 숨을 고른다.

 


돌이 굴러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힘겹게 내려서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가슴이 탁트이는 고산화원으로 길이 나있다. 백두산은 7월이 우기라서 온갖 아름다운 야생화가 저마다 싱싱한 자태를 뽐낸다.
애기금매화, 노란만병초, 하늘매발톱, 좀참꽃, 두메양귀비, 미나리아재비, 구름국화, 화살곰취, 바위돌꽃. 나도개미자리 아! 끝이 없다.
여기가 천상 화원이구나! 모두 탄성을 지르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들이 없다. 마냥 머무르고 싶다.
다음은 백운봉, 흰구름이 감돌아 백운봉이라는데 백두산의 제일 고봉은 장군봉(2749m)으로 북한 지역에 있으며 백운봉(2691m)은 제2고봉으로 중국지역에서 제일 높다.
바로 갈 수는 없고 한허계곡으로 내려가서 돌아 올라가야 한다. 천지의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흐르는 한허계곡은 발을 담그면 몇 초를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차갑다.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백운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쏟아졌다. 서둘러 비옷을 입고 줄을 서서 능선을 걸어가는 모습이 초원과 어우러져 알록달록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백두산이 우리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려나 보다. 천지물은 깊이와 햇빛의 각도에 따라 물빛이 변하고 7월인데도 여기저기 만년설이 남아있어 녹아 흘러내린 물이 가파른 내륜의 초원에 주름치마처럼 흔적을 남겼다.
용문봉을 앞두고 천지 물가로 내려갔다. 내일 일정이 빠듯해서 달문을 가지 않고 여기서 천지 물가를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은 돌이 굴러내려 위험했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험했지만 주변에 핀 야생화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내려갔다.
우리는 천지물가를 들어가서 좋기는 했지만 자연을 훼손 할 것 같아 별로 권하고 싶진 않다. 나는 정신없이 사진을 찍느라 올라 올 때는 기진맥진이였다.
이제부터는 광활한 초원지대다. 백두산 트레킹코스는 시시각각 변하는 천지를 내려다보며 걷고 융단처럼 펼쳐진 초원과 들꽃 천지를 온종일 감상 할 수 있다. 초원은 멀리서 보면 풀 같지만 가까이 보면 관목이 잔디처럼 서로 엉켜 흙이 날아갈세라 바짝 몸을 낮춰 보호하고 있다.
한참을 내려가면 왼쪽은 옥계폭포 오른쪽은 장백폭포가 흰 포말을 그리며 도도히 흐른다. 폭포 위를 지나다니는 구름처럼 마냥 머무르고 싶었지만 벌써 시간을 너무 지체해 애초 소천지로 하산 할 계획이었으나 날이 저물어 서둘러 지름길로 내려왔다.

 

 

천문봉 장백폭포를 오르다

아침을 먹기 전 어제 가지 못한 자작나무 반영이 아름다운 소천지와 록연담을 갔다 온 후 지프차를 타고 북파인 천문봉으로 향했다. 천문봉을 향해 오르며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지프차의 행렬은 장관이다.
가파른길을 두 대의 차가 경적을 울리며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겁이 나면서도 기네스북감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는 흔들리는 몸을 바로 잡느라 바깥 구경은 엄두도 못냈다. 천문봉에 도착하자 어제와는 또다른 분위기로 우리를 맞이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이곳은 관광코스로 사람 천지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사진 몇 장을 겨우 찍고 장백폭포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장백폭포 올라가는 길에 유황온천물이 샘솟는데 이 뜨거운 온천수로 달걀을 삶아 판다.
천지의 북쪽 철벽봉과 용문봉 사이로 천지물이 달문으로 흘러 1250m 승사하에 이르러 절벽을 만나 68m 웅장한 폭포를 만들고 송화강으로 흐른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는 거대한 장백폭포의 우렁찬 물소리를 카메라에 담는 것으로 백두산트레킹을 마무리했다.
백두산 종주 할 때 들꽃도 보고 흘러가는 구름도 보며 천천히 즐겨야 한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면 또 다른 백두산이 저만큼 가있다.
백두산은 연중 맑은 날이 45일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짧은 여행 일정으로 천지를 볼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나 우리는 삼일동안 거의 맑은 날씨로 산행을 아무 탈 없이 마칠 수 있었음은 함께했던 모든 분들의 복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내가 사진을 찍느라 연신 시간을 지체해도 불평하지 않았던 함께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백두산트레킹은 정말 백두산 빼고는 형편없었다. 호텔, 도로, 버스, 음식, 화장실 등 하지만 내안에 완전히 들어와 버린 백두산은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번 백두산트레킹은 원 없이 걷고, 보고 땀을 흘렸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어디에도 백두산은 없었다. 오직 창바이산(장백산) 밖에.
하루빨리 북쪽이 개방되어 진부령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올라 태극기를 마음껏 흔들며 백두산을 종주할 수 있길 모든 산 꾼들은 꿈꾼다.
<글·사진 : 김병중(양천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