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수 (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이사, 정치학 박사)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하다가 지치고 피곤할 때 즐겨 읽던 소설이 무협지였다. 대부분의 무협 소설의 스토리를 보면, 주인공은 어려서 부모가 살해를 당하자 어느 무술의 고수를 만나 사부로 모시면서 그 역시 고수가 된다던가, 아니면 우연히 어떤 동굴에서 무술 비급을 얻어 천하제일의 고수가 되어 부모의 복수를 한다는 모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저 그런 무협지에서 한 가지 특이한 스토리가 있다. 한 문파가 어떤 문파를 장악하기 위하여 어린 아이의 신분을 속이고 그 문파에 잠입시켜 그 문파의 무술을 다 배우게 하고 결국에는 원래 출신 문파를 위해 자기를 키워주고 무술을 익히게 해 준 문파를 쓰러뜨린다는 것이다.
우리 옛 말에 낳아준 정도 크지만 키워준 정이 더 크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스토리이다.
지난 6월 말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한 재판에서의 일이다. 이 재판은 북한 찬양혐의를 받아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받은 황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었다.
황모는 종북 카페인 “사이버 민족방위사령부”를 운영하던 자로 이 카페에 올린 글을 보면, 작년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 있자 “NLL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무력으로 확인해준 사건입니다. 이것은 대장(김정은)님이 하고 계십니다.”라고 하는 북한을 찬양하는 표현을 함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다.
이 뿐 아니라 황모는 같은 카페에서 북한체제와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시와 글 등을 무려 331개나 올린 혐의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담당 판사가 황모에게 1심 선고 형량인 1년 6월은 너무 무거운 형이라고 6개월을 감형해 주자, 황모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 만세!”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재판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가 대한민국 맞나?
어떻게 대한민국 심장부, 그것도 신성한 법정에서 위대한 김정일 장군 만세를 부를 수 있나?
아니 그런 짓거리를 한 황모는 미친 정신병자 수준이거나 아니면 고정간첩일 것이라 짐작되기에 그렇다고 치더라도,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를 감형시켜준 것도 모자라 신성한 법정을 모독한 자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법원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이 우리사회의 현주소라 하니 참으로 암담한 일이다.
하긴 모 전직 국회의장의 비서관이 알고 보니 간첩이었고, 간첩단을 적발하여도 탄압 운운하는 세상이니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안중에도 없다.
낳아주고 키워주고 공부시켜주고 먹여주었어도 이들의 뿌리는 이북이었나보다.
이러한 이들을 강제로라도 이북으로 추방하는 법을 만들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