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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펭귄들의 행진, 자식사랑과 효

관리자 기자  2011.09.09 16: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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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균 (칼럼니스트)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에서 만든 “펭귄들의 행진” 이라는 다큐멘터리. 평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펭귄이라는 조류에 대해서 경이감을 느끼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남극대륙의 극심한 추위 가운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랑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펭귄들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그 특유의 펭귄걸음으로 밤낮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70마일 이상을 두꺼운 얼음이 덮여있는 내륙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날씨가 풀리더라도 안전하고, 알이나 어린 펭귄을 잡아먹을 수 있는 천적들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이지요. 온통 얼음으로 뒤덮인 곳, 햇볕이 있을 때에도 기온이 섭씨로 영하 56도를 밑도는 곳에서, 암컷 펭귄은 수컷의 발등 위에 알을 낳습니다.
그리곤 수 주 동안 먹지 못한 몸을 이끌고 또 그 먼 길을 걸어서 바다가 있는 곳으로 나옵니다. 수컷은 발등에 놓인 알을 위해 그야말로 먹지도 눕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선 채로 알을 부화시킵니다.

약 2개월 후에 새끼가 부화되면 어미가 먹이를 체내에 저장하고 돌아올 때까지 새끼와 함께 먹이 하나 없이 생존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미가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지면 수개월 간 먹지 못했던 자신의 체내에서 마지막 비축물을 토해내서 새끼를 먹입니다. 드디어 어미가 돌아오면 어미는 수개월간 남극의 푸른 바다에서 섭취한 저장양식을 토해내어 새끼를 먹입니다.
이때부터 어미와 아비의 역할이 바뀝니다. 어미의 발등에 새끼를 양도한 아비들은 떼를 지어 기진맥진한 몸들을 뒤뚱거리며 70마일이 넘는 길을 걸어 바다로 되돌아갑니다. 이렇게 교대로 먼 길을 왔다 갔다 하기를 수없이 반복한 후, 마침내 새끼가 혼자서 바다 속을 유영할 때쯤이 되면 가족은 함께 바다를 향한 행진을 합니다.
한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한 펭귄들의 사랑과 헌신이 놀랍고 경이롭지 않습니까. 그 먼 길을, 그 추위를, 그 굶주림을 마지않는 이유는 오로지 자식을 향한 사랑 때문입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고, 부성애와 모성애의 아름다운 미담이 점차 사라져가는 인간세상과 비교하면 머리가 숙여지는 사랑과 헌신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 감동적인 것은 펭귄들의 공동체 정신입니다. 어미들이 알을 낳고 바다를 향해 떠날 때도 수백 수천의 무리 전부가 함께 떠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지는 몰라도, 각자 새끼를 위한 음식을 열심히 체내에 비축한 후, 수개월이 지나 돌아올 때도 다 함께 모여 행진합니다. 그 사이 수백, 수천의 수컷들은 서로 몸을 맞대어 거대한 원을 형성하고 선 채 영하 58도의 그 모진 추위를 감당합니다.
가장 바깥 줄에 둘러 선 펭귄들의 체온이 가장 먼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안쪽에 서 있던 펭귄들이 자리를 바꾸어 줍니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자리 이동을 해 가면서 아무도 추위에 무너지지 않게 서로를 배려합니다. 그렇게 추위를 이기고 나서 어미들과 임무 교대가 되면 다시 열을 지어 행진을 합니다. 간혹 자기가 품고 있던 새끼가 죽게 되면 그 어미 펭귄은 모성애를 주체하지 못해서 다른 펭귄의 새끼를 빼앗아 품으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주변의 모든 펭귄들이 함께 몰려와서 그것을 만류합니다. 그렇게 공동체의 질서를 지켜 나갑니다.

 

생명이 탄생하고 자라나는 것은 공장에서 제품을 찍어내는 것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펭귄뿐만 아니라 어떤 미물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의 탄생과 양육을 위해서는 기존 생명체의 사랑과 헌신이 필연적입니다. 펭귄들의 본능을 넘어서는 생명탄생을 위한 사랑과 자식을 위한 헌신으로, 동토의 환경에서도 풍성한 생명의 열매를 맺는 출산 증가와 부모 공경하는 효가 풍성히 열매를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