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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연평도 피격 1주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관리자 기자  2011.11.24 09: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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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이사

 정치학박사      이  경  수

11월 23일은 연평도 피격사건이 발생한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1년전 평화로운 서해의 섬 연평도에 급작스럽게 북한의 해안포가 날아와 마을이 초토화되고 민간인을 포함한 많은 젊은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연평도 주민들은 살림살이 하나 챙기지도 못하고 육지로 피란을 나와 찜질방에서 고통의 세월을 보내기도 하였다.
연평도 피격 사건은 6.25 남침전쟁 이후 최초로 우리 영토가 북한군에게 폭격을 당한 사건이었다. 이에 연평도 피격사건 1주기를 맞이하여 서울 시청앞 광장에는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분향대가 설치되었고, 재향군인회 등에서는 규탄대회를 열고, 국가 보훈처는 사진전까지 열면서 그날의 기억을 되살리는 각종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행사 이면에 연평도 피격사건은 벌써 잊혀진 사건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몇일전 일간지를 뒤적거리다가 참으로 한심한 기사를 접하게 됐다. 지난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북한의 포격으로 부상을 당하였던 해병대 병사가 몇 차례 무릎 수술을 받았지만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보훈처에서는 이 병사가 무릎 연골 절제수술 정도가 기준치인 10mm에서 불과 3mm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턱없이 낮은 장애 등급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국가 유공자 신청을 하였지만 여전히 심사중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고 전한다. 이와 비슷한 처지의 병사들이 더 있다고 한다
보훈처 관계자의 다음 말은 우리를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전투 중에 벌어진 부상이 아니라 북한의 일방적인 공격에 의한 부상이라서 더 이상의 사정을 봐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재진료를 위해 국군병원을 찾은 이에게 장애 등급 올리려 다시 왔냐는 비아냥도 들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 자리에서 죽었다면 국립묘지에 묻히고 국가 유공자 대접이라도 받을 걸 그랬다는 후회의 말도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아니 심각의 정도를 넘어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대한민국이 존립할 수 있을까하는 국가 존립의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6.25전쟁 당시 전사한 병사 한 사람의 유해발굴을 위해 몇백만 달러를 들이고, 심지어는 악의 축이라 할 만큼 적대적 관계인 북한 당국과 접촉까지 하면서 유해를 본국으로 호송한 바 있다. 심지어 미국 정부는 한사람의 미국인을 살리기 위하여 감옥에 있는 러시아 간첩 몇십명과 맞바꾸는 사례도 있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정신이 바로 미국을 세계 최강의 국가로 만든 원동력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대통령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여 부상자들에 대해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한 약속이 불과 1년을 못 넘기니 어찌 국민들의 애국심을 기대할 수 있으랴.
더더욱 한심한 일은 6.25전쟁에 참전하여 우리 조국을 지켜내었던 용사들이 한달에 겨우 몇 만원의 참전 수당으로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고 있다고 한다. 6.25참전용사들은 이제 연세가 대부분 80객으로 자연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그 처지가 더욱 심각하다. 어디 그뿐인가? 몇 십년만에 6.25당시 전사자인 오빠를 찾아내어 보훈처에 유족 연금을 신청한 사람에게 겨우 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는 기가차서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심지어는 1969년 군인연금법 개정당시 6.25참전용사들에 대해서는 복무기간을 2배로 인정하여 준다고 하였지만 당시 국가 재정 부족으로 추후에 적용시키겠다는 약속을 하였는데, 이제 와서 형평성 운운하면서 나몰라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국방부와 보훈처의 태도에  분노를 넘어서 어이없는 웃음이 다 나온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이니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니 운운하면 무얼하나? 나라를 위해 피흘린 이들에게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국가에 대해 어느 누가 애국심을 갖겠는가?
연평도 피격사건 1주년을 맞이하여 벌어지는 각종 전시성 행사 뒤에 정작 잊지 말아야 할 것들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