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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 폭력은 중장기적인 내면치료부터

관리자 기자  2012.02.09 17: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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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중고등학교 교장 김한태

 

   중국 북송 시대 정치가이자 문장가인 장뢰(張?)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약계(藥戒)’라는 글을 통해 단시간에 병을 치료하려고 무분별하게 약을 사용하는 것이 도리어 몸을 망치는 것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또한 강한 법이나 형벌을 사용하여 백성들의 행동을 억제만 시키고 마음속의 불만을 품게 하는 것보다는 백성들의 내면부터 방향을 잡아주어 자연스럽게 교화시키는 것이 현명한 정치라고 말하고 있다. 즉, 효과만 바라보고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반드시 망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뢰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천하의 이치라는 것은 순간적으로 내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는 것은 끝에 가서는 반드시 나를 손상시키는 법이요. 끝에 가서 손상이 없기를 바란다면 곧 처음에는 결과보단 과정과 내실을 쌓아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근래에 교육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장뢰의 ‘약계’라는 글이 그저 옛사람의 글로만 보이지 않는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교사의 학생 체벌과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반발을 보고 있노라면 입시 교육과 인성교육의 부재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에게 치유될 수 없는 병을 앓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처방은 너무나도 미온적이고 순간의 상쾌함에 빠져있는 듯하다. 특히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 경찰이나 외부 기관의 개입과 폭행, 따돌림 가해 학생들을 수용하는 대안학교의 설립이라는 말을 듣노라면 혼란스럽기도 하고 도무지 교육당국이 해결을 위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장뢰의 말처럼 병이 깊을수록 오랜 시간을 두고 그 내부의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순간적으로야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과 일선학교와의 분리라는 강한 압박이 학교의 문제를 완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시교육과 인성교육의 부재라는 근본적인 병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실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을 몰아붙이고 선도만을 강조하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교육과 사회에 대해 불만을 고조시키고 자신들의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는 기회마저 빼앗게 되는 반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이 강한 압박을 통한 성과에 상쾌함을 느끼는 동안 학교와 학생들은 더욱 병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보단 안에서부터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장기간에 걸쳐 학교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정작용(自淨作用)이 필요하다. 학교에선 교장과 교사의 유기적인 연대 속에 책임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다가가고, 학생들도 자신들의 상황과 환경에 대한 주체적인 존재로서 당면한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정부와 교육당국의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생에 대한 신뢰와 제도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비록 단기간엔 약효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차분하고 담대한 자세로 교사와 학생들을 믿어야 한다. 그런 뒤에야 경찰의 개입이나 가해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의 설립 같은 외적인 방법들이 자연스럽게 내부와 융화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한국 교육을 돌아보면 항상 사건이 터진 다음에 미온적인 처방만을 강조하고 잘잘못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도 반짝 정책으로 국민들의 우려를 안도로 바꾸는 정책만을 일관해왔다. 더 이상 주먹구구식 처방에만 치우치지 말고 당면한 문제는 확실한 문제 파악과 유기적인 개선활동, 적절한 지원으로 해결하고 이와 더불어 입학 등 신학기를 맞이하여 더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활동에 학교측에서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