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정재민
요즘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유행이라고 불릴 만큼 도시농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텃밭운영을 통한 여가생활과 귀농 및 노후준비 등 다양한 분야에 관련이 되어 있는 활동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지자체에서 분양하는 텃밭은 단 몇 초 만에 마감이 끝나기 일쑤고, 사설 주말농장을 분양받거나 아파트 베란다와 옥상에서 자기만의 텃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작년부터 영등포에서 도시농부학교를 개최하고 있는데 작년 9월에 15명이었던 수강생이 올해 3월에 50명이 넘게 수강신청을 하여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며 도시농업에 대한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도시농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도시농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우리의 도시환경과 제도적 정비와 지원은 많이 부족하다. 특히 영등포구는 서울의 다른 자치구에 비해 산이 없고, 녹지의 비율이 낮은 탓에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땅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영등포구청도 지난 3월 김포공항 근처에 있는 부지에 “꿈이 닿은 주말농장”을 조성하고 주민과 단체에 텃밭을 분양하였다.
필자도 영등포구청이 주민들에게 주말농장을 분양한다는 반가운 소식에 ‘영등포도시농업네트워크’ 단체로 분양을 신청하여 3구좌를 분양받아 경작을 준비하고 있지만 영등포구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이 강서구 오쇠동에 위치하고 있어 참가하는 사람들이 영등포구를 떠나 멀리까지 가야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러던 차에 최근 서울시에서도 도시농업활성화를 위해 조례재정 및 각 부처별 사업추진계획이 수립 중에 있고, 영등포구를 포함한 각 자치구에 도시텃밭조성과 도시농부학교 개최 등의 예산이 배정되어 문래동 주민센터 앞 구유지와 양평1,2동, 대림2동 주민센터 옥상에 텃밭이 조성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였다.
그동안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영등포구를 떠나 인천, 부천, 강서구 등 외곽으로 나가 농사를 지어야 했던 도시농부들에게 너무나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공간에 텃밭이 조성되고 향후 운영되는 방식이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정의 편의와 관리의 수월함을 추구하기 위해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나 관변단체 등에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는 우려가 있다.
영등포구 내 텃밭 조성에 목말랐던 많은 영등포 주민들에게 이번에 마련되는 텃밭이 자칫 주민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텃밭이 조성된 후에는 반드시 인근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지를 하고 참여자 모집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참여자 모집과 텃밭 관리를 안정적이고 쉽게 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영등포구청에서 “도시농부학교” 강좌를 개설하고 텃밭 가꾸기에 관심이 있고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 주민들을 모집하여 그 사람들에게 실습 장소로 이번에 조성되는 텃밭을 분양하여 1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참여자 모집과 안정적인 텃밭관리 및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영등포구에도 텃밭농사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운영하는 텃밭이 하나 둘씩 늘어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