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의원 김주범(도림동·문래동)
도림동·문래동 구의원 김주범입니다. 너무 황당한 일을 당해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6월 25일 오전 9시, 영등포구청 앞에서 지역 당산 1·2동, 도림동 부녀회원들과 중증장애인 목욕봉사를 떠나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떠나는 봉사활동이었고 박선규(새누리당 영등포갑) 당협위원장도 함께 가는 길이어서 약간은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박 위원장의 동행에 부녀회원들도 동행해줘 반갑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고요. 그런데 그런 모습에 현장에 나와 있던 야당 구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왜 당협위원장이 함께 가느냐?" "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따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급기야 모 국회의원은 버스에 올라 "여러분의 의미 있는 봉사가 정치인들로 인해 왜곡되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기까지 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장애인들을 위한 목욕봉사를 떠나는 일에 그런 시비를 걸다니요.
만일 국회의원이 그런 봉사활동을 함께한다면 많은 국민은 박수를 쳐주지 않을까요? 말도 되지 않는 억지였지만 그냥 웃어넘겼습니다. 이런 일이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사실 이런 일은 최근 박선규 위원장이 지역주민의 행사에 동행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었습니다.
당연히 선거법 위반은 아닙니다. 박 위원장이 활발하게 주민과 어울리는 것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주민을 겁주는 행위에 대해 선관위는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오히려 지역 정치인들은 평상시 주민과 가능 한 자주 접하는 것이 좋다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서로서로 잘 알게 되고 그럼으로써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게 돼 선거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고.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그것이 바로 소통인데 그런 귀한 소통의 통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주민이 있는 앞에서 정치인들끼리 부딪히면 모양만 추해질 것 같아 "그럼 그쪽도 같이 가시지요" 하며 그냥 웃어넘기곤 했습니다.
한데 오늘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모 국회의원이 "봉사를 왜곡시킨다", "선거법 위반이다"는 등의 주장을 했지만 그 얘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듯했습니다. 당연히 버스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출발했고 버스 안의 사람들은 오랜만에 떠나는 봉사활동에 조금은 흥분된 모습이었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모 국회의원의 반발을 "자신은 안 가는데 경쟁자 격인 박 위원장은 가니 조바심을 보이는 것 같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한 30분쯤 달렸을까요? 부녀회장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제게 다가와 간청했습니다. "위원장을 모시고 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모 국장이 전화해 위원장을 당장 내리도록 하라" 한다고, "제발 저를 좀 살려주시라"고. 얼마나 시달리며 험한 말을 들었는지 부녀회장의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있었습니다.
1시간 전, 차에 탈 때만 해도 위원장과 함께 가게 돼서 너무 좋다고 활짝 웃어 주던 분이었습니다.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반발하자 회장은 위원장께 똑같이 상황을 설명하며 "괴로워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니 제발 저를 살려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눈을 감고 듣기만 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버스가 떠난 뒤 구청간부들을 질책한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부녀회 하나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느냐?" "책임을 묻겠다"고 윽박질렀고 위압적인 분위기에 눌린 담당자가 급하게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겁을 준 것 같습니다. "박선규 위원장을 당장 내리게 하라"고.
그런 회장의 곤혹스런 얼굴과 그에 따른 간청을 모른 척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버스는 강동구 암사동 근처 올림픽대로 상에 세워졌고 위원장과 저는 짐을 들고 내렸습니다. 황당한 상황에 버스 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얼어붙었고 느닷없이 차를 세우게 된 기사의 얼굴은 회장보다 더 복잡해졌습니다.
모두가 잘 아시는 대로 올림픽대로에서는 택시를 잡는 것은 물론 걷는 것도 정말 위험합니다. 기분 좋게 떠나는 봉사 길인데 우리로 인해 분위기가 망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내리기는 내렸지만, 화가 났습니다. 정말 한심했습니다. 지역에서 일 해보겠다고 구의원이 된 후 가장 부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모 국회의원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한 일은 그럼 다 무엇이냐?"고, "직능단체와 주민의 모임은 물론 반상회 등까지 참석했던 것은 다 선거법 위반이었느냐?"고, 정치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회의가 밀려들었습니다.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한편에 위험스럽게 서 있는 저 자신과 위원장의 모습이 너무 처량했습니다.
정말, 정치가 이런 모습이어서는 안 됩니다. 선거 때야 자신의 철학에 따라, 판단에 따라 여야로 갈리는 것이 당연하다 해도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이래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다 같은 주민 아닌가요? 지역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합하고 손을 잡아야 할 운명공동체의 구성원들 아닌가요?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주민이 화합하는 길에 무슨 여야의 구분이 있고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영등포를 만들어 물려주는 길에 네 편, 내 편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굳이 편을 가르려면 일을 통해서 '잘하기 경쟁'을 해야지 왜 일을 못하게 막는 유치한 행동으로 건설적인 경쟁 자체를 막는단 말입니까?
저에게는 지도자와 정치꾼을 구분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습니다. '화합'과 '단결'을 유도하느냐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느냐가 그 중 하나입니다. '화합'과 '단결'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지도자지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은 그 아무리 고매한 얘기를 한다고 해도 정치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제 믿음입니다.
역사상 어느 조직도, 어느 나라도 분열과 갈등을 통해 제대로 선 곳이 없습니다. 지금 영등포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화합과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굳게 믿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조그만 이익을 위해 협박으로 주민을 갈라놓고 지역을 삭막하게 만드는 위험한 행위는 이제 중지됐으면 합니다.
※ 본 내용은 필자의 견해이므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