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고] 모병제, 어떻게 볼 것인가?

관리자 기자  2012.08.23 13:24:46

기사프린트

 

이경수 정치학 박사 

 

최근 모 야당의 대선 후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내에 우리나라의 병역 제도를 현재의 징병제(일명 국민 개병제)에서 모병제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후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여론매체에 찬반양론이 뜨겁게 표출되고 있다.

그 후보의 공약 내용을 살펴보면 “현대전에서 전투력은 병력의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첨단 전자 무기 등 장비의 현대화에 있기 때문에, 현재 65만 명 수준의 한국군을 30만 명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그 방법은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병력이 120만이라고는 하나 55~60만 명이 아파트 등 건설현장에 투입되어 실재 전투력 있는 북한군은 불과 25만 명 수준이므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라는 친절한(?) 부연설명도 있었다.

사실 전 세계에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이스라엘과 남북한으로 이들은 여전히 일촉즉발의 안보불안을 안고 있는 국가들이다. 역으로 말하면 안보불안이 상대적으로 긴박하지 않는 나라들에서만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 후보의 표현대로 현대전은 전자전 등 첨단무기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느니 만큼 병력 숫자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지금과 같은 징병제는 우리 청년들이 소중한 청춘의 시기에 병역 의무를 필하기 위해 갖은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일부 부유층이나 연예인 ․ 운동선수들은 각종 편법을 동원함으로써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 병역 제도도 지금의 징병제에서 모병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그 시기가 차기 대통령의 임기 내에 즉 4~5년 내에 가능할 것인가?

우선 병력 수를 30만 정도로 줄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만 해도 어림잡아 340조원이 필요한데 줄어든 병력을 대체할 첨단 무기 구입에 최소한 100조원 정도가 추가로 소요될 것이다. 즉 향후 5년 내에 440조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데(참고로 2012년 국가 예산은 약 320조원) 이 재원은 어디에서 마련할 것인가?

또한 북한의 실제 전투 병력을 25만으로 계산한 근거도 문제이다. 잘 알다시피 북한의 병력은 현역과 버금가는 250만 노농적위대 등을 제외하고라도 정규군만 120만 수준인데 자기 편의대로 25만으로 축소시킨 것은 거의 억지에 가깝다. 당장 북한의 특수부대 병력만 해도 20만 정도이다. 아무리 현대전이 첨단무기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적의 병력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병력뿐이다.

더구나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지원한 병사 월급만 해도 1인당 최소 200만원은 주어야 하는데 이에 소요되는 예산만 해도 한 해 약 2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청년 실업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나, 과연 얼마만큼의 지원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추진하다가 필요 인원인 30만에 못 미칠 경우 월급을 올려줘야 하다보면 국방비가 전체 국가 예산의 몇%까지 올라갈 것인지.

 

한마디로 모병제 공약은 시기상조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언젠가는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의 전환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기는 최소한 통일 이후로 미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