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영등포구의원·신길4, 5, 7동)
하루를 멀다하고 학교폭력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학교 폭력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들리지만 우리는 잠시 호들갑을 떨고 금새 또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 된다. 어른들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또 다른 아이가 벼랑 끝에 몰려 외롭고 위태롭게 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의 학교 폭력은 그냥 ‘애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옛날 상식으로 대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임을 인식해야 한다. 매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은 예사고 부모님으로부터 용돈 타는 방법까지 일러주며 돈을 빼앗기도 한다. 집단적인 따돌림과 강요 그리고 사이버 상으로까지 이어지는 폭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이것을 가정의 책임으로 돌려선 곤란하다. 이미 가정은 해결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맞벌이로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 나눌 틈조차 없는 우리 부모들은 아이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심지어 지난 번 자살했던 아이의 부모들은 학교 교사였음에도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순간까지 상황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일선 학교만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떨어진 교권과 학교 행정력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의 학교 폭력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비단 소수의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교실 안 대부분의 아이들이 폭력을 방관하고 일조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학교 폭력의 본모습이다. 학교 폭력의 신고율이 저조한 이유는 보복이 두렵기 때문인데 지금의 학교 폭력에 대한 신고나 상담은 이 같은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 또한 누구나 쉽게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에서 다른 아이들이 피해자에게 손을 내밀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의 학교 폭력에 대한 해결은 교육 당국뿐만 아니라 경찰의 협조도 구해야 하고 주민들의 복리를 책임지는 지자체에서도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등포구가 학교 폭력에 대처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등포구는 지난 3월 경찰․교육청․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위기 청소년 통합지원 및 학교폭력 대책 지역협의체’를 발족해서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학교 폭력에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후로 구는 츨근하는 시민들과 등교하는 학생 들 대상으로 학교 폭력 신고전화 117과 헬프콜 청소년 전화 1388번을 알리는 홍보물을 배부하며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벌이고 있고 영등포경찰서는 학교폭력 전담팀을 운영하면서 관내 43개 학교별 담당 형사를 지정해서 이들의 전화번호와 사진, 이메일 등을 학교 홈페이지 및 게시판에 게시하고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화이외에도 117# 문자신고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다양한 신고 및 상담창구를 개설했다. 그 결과 영등포구에서는 학교 폭력 관련 신고전화가 10배 가량 늘었고 경찰이 적극 나서게 되면서 보복 범죄도 대폭 줄었다고 한다.
이 처럼 학교 폭력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였을 때에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일선 학교는 이 문제를 피해가는 데 급급한 모습인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관련 사건이 있어도 쉬쉬하려고 하고 자신들에게 책임이 올까봐 다른 기관이나 지역사회 주체들과의 협력을 꺼린다는 소식도 들리니 말이다. 교육 당국은 눈앞에 있는 일 해결에만 매달려선 곤란하다. 당장은 학교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되 장기적으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는 학교 교육경비 내역을 보아도 지나치게 물품구입비와 교과부문 경비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인성교육을 위한 예산 확보에 더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잠시나마 숨을 쉴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인성교육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특단의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