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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영등포구의원 집단외유, 비판받아 마땅하다

진보정의당 영등포을 위원장 정 호 진

정호진 기자  2013.01.28 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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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세낭비, 행정력낭비, 도덕적 해이 등 구의회 3대 악습 반복 돼
-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인 구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정 전면 개정 필요

2013년 계사년 벽두부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주역은 국회의원이었다.

밀실·쪽지 예산 파동을 거치면서 해를 넘겨 올해 나라살림을 졸속으로 처리하더니 새누리당이냐 민주당이냐 할 것 없이 국회 예결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집단 외유에 나섰기 때문이다.

머나먼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예산 심사 연구를 하겠다면서 해외 연수의 궁색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도리어 국민들의 화를 더 키우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의 외유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며칠 전, 영등포구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다녀왔다고 한다. 총 17명의 구의원 중 한 명을 제외한 16명이 1월 14일부터 20일까지 싱가포르, 대만 등지를 다녀왔고 이미 일부 언론에 보도됐지만 또다시 외유논란의 대상이 됐다.

공직자들의 해외연수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해외의 선진적인 제도와 사례를 경험하고 이를 제도와 정책에 반영코자 하는 것은 국회건 지방의회건 의회정치 발전을 위해 매우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취지에 맞게 공직자들의 해외 연수가 진행되느냐 여부이다.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공직자 해외 연수는 혈세 낭비, 행정력 낭비, 구의원의 도덕적 해이라는 지방의회 3대 악습을 양산시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6명 영등포구의원의 이번 해외 연수는 집단외유라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일부 의원들은 쓰레기 선별장 건립을 위한 연수였다고 강변할 지라도 의례적이고 매번 유사한 시설 방문 중심의 연수 그리고 이미 허술하기 짝이 없는 영등포구의회 관련 규정과 그동안 해외연수 보고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구민들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해외연수라는 점에서 그 시작과 끝이 공개되고 결과적으로 구정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도출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맨 먼저 해외연수를 심사하는 ‘구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회의결과와 계획서를 함께 공개해야 하고, 해외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의 개별 보고서 또한 공개되어 계획과 심사결과에 맞게 해외연수가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영등포구의회는 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는 물론이거니와 계획서조차 공개하고 있지 않다. 최근 2년간(2011년. 2012년) 해외연수 보고서만 공개됐는데 해외연수에 참가한 개별의원이 아닌 ‘해외연수 일동’ 명의의 보고서가 제출됐다.

개별의원들에게 구민 세금이 집행됐다면 각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어떻게 구정에 반영할 것이지를 보고하는 것은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이다. 이런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연수 일동’ 명의의 보고서는 ‘단체’ ‘집단’ 외유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혈세낭비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 인근의 관악구의회는 ‘일동’ 명의의 보고서는 없다고 한다. 심지어 청주시의회에서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민단체와 공무원이 참가한 가운데 보고회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2012년 서유럽 해외연수 보고서에는 결론에 해당하는 과제조차 없다.

연수 행선지에 대한 외관의 모습과 짧은 질의응답으로 무엇을 제도에 반영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더군다나 보고서의 서론은 해당 국가의 현황, 자치행정, 교육제도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해외 연수 전 구의원이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지식이지 보고서에 반영할 내용이 아니다. 기본 지식은 오롯이 구의원 개인이 획득해야 할 몫이다. 인터넷과 서적 등을 통해 충분히 획득할 수 있는 기본 지식까지 구민의 혈세로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다. 또한 이런 기본 지식을 구의원이 알고 있음에도 보고서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것은 해외 연수의 내용이 부실했다는 증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영등포구의회의원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 구성에 있어 심각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번 해외 연수를 비롯해 2011년 북유럽 연수 등에 있어 심사위원 일부가 구의원이란 점과 심지어 해외연수를 다녀온 당사자라는 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해외연수 심사의 공정성과 타당성 여부는 이미 시작부터 잘못 설계 된 것이다. 참고로 관악구의회의 관련 심사위원회는 아예 구의원의 자리가 없다. 공무 국외여행 관련 기관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로만 구성해 심사의 불공정성 등의 개입 여지를 애초부터 차단한 것이다.

영등포구의회 규정상 15일 이내 해외연수 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어 이번 외유논란에 휩싸인 구의원 집단 해외연수 내용은 당장 검증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임위별 연수도 아닌 1명의 구의원을 제외한 전원의 집단 연수라는 점, 매번 유사한 성격의 해외 연수였다는 점 등은 집단외유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2002년 제정되어 11년 동안 개정조차 되지 않은 구의원 공무국외여행 규정과 개정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구의원들은 해외 연수를 혈세낭비, 행정력낭비, 도덕적 해이라는 3대 악습으로 굳힌 장본인들이기에 집단외유라 비판 받아 마땅한 것이다.

철마다 돌아오는 독감처럼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 외유논란.

영등포에서 구의원 외유논란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의 전면적인 개정을 비롯해 이번 싱가포르. 대만 해외 연수에 대한 심사결과, 각 의원들의 보고서 공개 및 보고회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