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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년 전 안중근 의사가 지금의 우리들에게

이숙희 기자  2013.03.19 17: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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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 희(서울지방보훈청 보상지원팀장)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청소년 선호 직장’ 조사에서 고등학생 재학생의 30.2%가 공무원을 선택했다. 대기업(24.5%)이나 전문직(11.4%)보다 선호도가 높았다. 국가를 위해 공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하니 기뻐해야하는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다.

  안타깝게도 요즘 사회에서 공무원이란 직업을 수식하는 단어는 국민이나 국가, 봉사 같은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단연코 ‘안전성’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국가보훈처에서 일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런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공무원을 꿈꾸는 젊은 청춘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자 한다. 공무원으로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앞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숭고한 생명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제 식민치하에서 치열하게 항일운동을 펼쳤던 선열들의 정신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존재 유무는 개인의 자립과도 긴밀한 관련을 맺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뒤질세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서둘러 선언했지만 그들은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건 당신도, 나도,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그 누구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빼앗기고 남의 땅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우리가 아닌 다른 존재를 꿈꿀 수밖에 없다. 주인만이 자기 삶의 주인만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를 꿈꾸지 않는다.」

 - 김연수,「밤은 노래한다」중에서

  비슷비슷한 자기소개서 앞에서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개성의 부재(不在)이전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회가 원하는 대로, 남들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는 삶 속에서 과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조국을 위해 희생한 선조들이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그 누구보다 슬퍼할 것이다.

  그들이 목숨을 버릴 수 있었던 이유는 훗날 대한민국이라는 자주독립국가에서 살아갈 후손들이 스스로의 삶에서 주인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리라. 그 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도 조국에 대한 자각이 무엇보다 중요함은 물론이다.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지 103년이 되었다.

  100년이 지나도 200년이 지나도 우리가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다. 그러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 시절 우리의 영웅들이 간절히 바랐던 ‘평화로운 삶’은 지금 우리가 소망하는 ‘안정적인 삶’과는 다르다. 우리가 그들처럼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를 품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나라사랑은 붉은 피와 투쟁이 아니다. 안중근 의사가 조국을 위하여 네 번째 손가락을 자를 때 느꼈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희생으로 지킨 조국에서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살겠다고 그의 오른손, 나란히 붙은 두 개의 새끼손가락에 약속하고 거듭 약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