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암/문필가. 시사평론가. 공정사회실천국민연합 대표
풀뿌리 민주주의 꽃이란 지방정치가 나잇살로는 성년이 되고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 존립조차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고개를 흔드는 국민들이 많다. 그들만의 더러운 굿판에 주인인 지역민이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 11일 경남 H군 의회는 '일본의 재활용 처리시설과 도시디자인 등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공무원 6명과 4박5일간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그리고 같은 도 k군 의회는 한술 더 떠 21일부터 29일까지 7박9일간 '북유럽 선진도시의 국외연수'란 '설익은 구라파맨들의 추악한 춤사위'가 있어 문제를 더 한다. 이들은 지난해 유럽으로 선진문화 벤치마킹 차원으로 나간 것도 모자라 이번에도 군 의원 모두 ‘북유럽 선진도시 벤치마킹으로 생산적 의회 구현’이라는 명목아래 해외연수 목적으로 나간다는 것에 군민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고 용맹스러운 지역신문은 질타했다.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 선거 때만 되면 자신들의 이름도 없고. 성도 없다. 지역구 출마자의 이름표를 달고는 '그들만의 잠바'를 입고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지역민들에게 목에 깁스를 하는 게 가관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선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이 날뛰는 지방의원 그들의 불쌍함을 넘어 얼마나 눈총을 받는지 모른다. 더구나 텃밭 후보자의 당선에 기여한 그들과 지방정치 희망자들의 비양심적인 작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난장판이다.
영호남은 적색인 철쭉잠바와 노란색인 개나리잠바들이 꽃동산 아닌 꽃동산을 만든다. 그러기에 벌도, 나비도 없는 붉고도 노란 한국적 지역주의 동산일 뿐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악어새들의 고충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중앙정치에 예속화시키려는 악어들에게 '공천'이란 미명 하에 간과 쓸개를 빼놓고 얼마나 하인처럼 마당쇠 노릇이었던가.
정당공천은 곧 당선이란 등식이 성립하고 있는 이러한 때 새누리당 공천심사위 서병수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공천은 하지 않기로 공심위에서 의결했다. 정치쇄신의 의미와 대선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했기에 철저히 지킨다"고 했다. 지난 대선 때 여야후보 모두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했었다.
국민들은 4.24 보궐선거 무공천에 한층 고무돼 이구동성으로 박수를 보내는 듯하다. 그렇게도 국민들의 반대와 뜻있는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에도 헌신짝처럼 버린 전례가 있었기에 환영할만하다. 여야 모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의 정당공천에 대한 선거법 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지방선거에서 전면 폐지될 가능성도 없잖아 있어 보인다. 정당공천제 폐해를 남녘에서 밀려오는 봄바람에 날려보는 듯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반기면서도 한편으로 아직은 속단하기는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지역 토호들과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 가깝다. 이들의 발호를 막는다는 구실과 공천제는 정당의 의무 등의 일환이란 이유를 대면서 치고 빠질 우려가 다분한 면이 있기에 완전히 폐지될 지는 믿음이 안 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지방정치 공천제 폐지 공약과 그 실천 의지는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월 소득 2위를 유지하는 최상위 기득권인 국회의원들이 문제다. 권력 잡았는데 더 무슨 욕심이 필요할까.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별 게 아니다. 누구나 이 땅에 함께 왔다가 후세에게 비워주고 저 세상으로 함께 갈 삶의 동지이자 친구다. 나그네의 수호신이자 영혼의 인도자인 헤르메스가 저승으로 인도할 때에는 권력도, 노자도 필요 없다. 그러한데도 군림하려는 태도를 쉽게 버리지 않을 군상들을 믿을 수 있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