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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이단 연구가 갈등... 누구 말이 맞나?

교단 교회 이익 따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박신혜 기자  2013.08.12 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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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 ‘이단 연구가’들 간 이단 규정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개신교계 이단 규정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기총은 지난달 30일 제24-2차 실행위원회를 열고 ‘이단 연구가’를 자처하는 진용식, 신현욱, 강신유 씨 등의 이단성을 조사하기 위한 소환을 결의했다. 이는 지난달 4일 한기총의 소환결정에 이들이 불응한데 따른 2차 소환이었다.

 

이들 ‘이단 연구가’들은 자신들이 ‘이단’이라고 공격하는 종파에 속했다가 어떠한 검증도 받지 않은 채 기성교단에서 목회활동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모 신학대에 부정입학을 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또 일부는 공식적인 신학교육 과정을 밟지 않은 채 ‘목사’ 칭호를 쓰며 축도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한기총의 결정에 대해 신 씨 등은 법적 소송 불사 방침을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신 씨 등을 옹호하는 기성교단 측은 “이단 규정은 교단 차원에서 하는 것이지 연합회 차원에서 할 일이 아니다”며 한기총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는 그간 한기총의 이단 규정에 따라왔던 기성교단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반응으로 기성교단이 이들 ‘이단 연구가’들을 적극 옹호하는 이유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이단연구가들이 최근 교세를 확장하고 있는 모 신흥교단의 공격의 선봉에 서있는 상황에서 한기총이 이들을 이단으로 규정한 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단 규정과 관련, 교단별 교회별 이익에 따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사례가 교계 내부에서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한기총 이단대책위원을 지낸 최삼경 목사는 ‘이단사냥꾼’으로 불릴 정도로 이단 규정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최 목사는 지난해 ‘월경잉태론’ 등 비성경적 교리가 문제돼 한기총으로부터 ‘이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출교됐다. 이에 최 목사가 속한 교단은 한기총의 중진들을 이단이라고 공격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기총이 총회에서 분리된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서로 이단이라며 헐뜯는 상황 역시 이단 규정이 기관과 교회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소속 교인이 교회를 옮겼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내몬 경우도 있다.

 

 

연세중앙교회의 교인이었던 김 모(48·여) 씨는 5년 전 연세중앙교회 근처의 ‘작은 개척교회’로 옮겼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연세중앙교회 측은 김 씨를 이단 교인으로 소문을 냈고, 김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 가지 말 것을 교인들에게 강요했다. 김 씨는 결국 식당을 열었다가 20일도 안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교계에서는 이런 일이 한국 개신교계의 배타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한국 기독교가 명확한 기준 없이 나와 다르면 무조건 이단으로 가르치는 경향이 있어 일부 신자들이 이런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이단 규정을 두고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장으로 활동해온 김만규 목사는 “자기 교단의 규정만이 최선의 것이라고 고집하지 말고 한국교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이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교단과 연합 기관마다 이단대책위원회가 있으나, (각 교단이나 연합 기관의) 견해 차이에 따라 이단 규정이나 해제에 혼선이 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