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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역지사지의 결혼식 택일

김수강 기자  2013.08.30 09: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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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국어사전의 설명은 “남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로 설명하고 있다. 이 사회의 모든 갈등, 알륵(軋-)과 현 정치판의 대립, 끊임없이 일고 있는 노사분규, 작금의 심각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갑·을 문제, 이 모든 불통과 혼란이 역지사지의 이 간단한 진리를 내면화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각박 하고 메마른 정신풍토 속에서 아집과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전력투구에서 빚어지는 현실이 아닌가 하여 늘 안타까운 마음 이었는데 최근 역지사지의 표본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어 이를 소개 하고저 한다.

요 며칠전 고등학교 동기모임 회원 한사람이 아들 결혼식을 치뤘다. 고등학교이지만 대학의 학번으로 치자면 57학번이니 14명의 회원은 모두 70이 훌쩍넘는 노인들인 셈인데 그 중에 아직도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외모도 잘생긴 현역의 친구가 있고 2개월에 한번만나는 모임에서 회비로 지불할 식대도 자주 부담하고 회원을 배려 하는 마음도 외모 못지 않게 각별하여 행사 있을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는 친구인데 위로 아들 아래로 딸 그렇게 남매를 두었으며, 40이 다 되어가는 아들이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어 늘 걱정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청첩장이 날아 왔다.

장성한 자녀를 혼인 시키려 해도 혼인 의사가 없는 자녀 들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부모는 우리 이웃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현실에서 가까운 친구의 자녀 결혼소식은 무척 반가운 것이었다. 청첩장 내용을 보니 평일(금요일)19시 였다. 더불어 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까운 친지의 경조사를 외면하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기에 청첩장을 받으면 모든 자기 스케줄에 우선하여 참석하게 되므로 주로 토요일 이나 일요일에 치루는 결혼식 때문에 불편한 일도 감내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이친구 40가까운 하나밖에 없는 아들 결혼 택일 하면서도 하객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평일 그것도 일과 끝난 19시 로 했으니 이만한 역지사지의 사례가 어데 또 있겠는가.

엄청난 사건이 아니라고 그냥 넘길 수도 있는 작은 일이지만 그런 작은 배려를 할 수 있는 인식과 여유가 우리 국민 각자의 마음속에 지닐 수 있는 덕목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좀더 인간적이고, 살맛 나는 부드러운 사회가 되지 않을 까 하는 마음이기에 그 친구의 결혼식 택일이 그렇게 훌륭하게 느껴지는 것은 결코 내 소심함 때문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김 수 강(영등포구 대림로 31길 39 신동아 A 5-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