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형(병역명문가)
올해는 건군 65주년과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로 6.25 전쟁 에 참전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3대가 대를 이어 나라를 지켜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었고 국무총리 표창(금상)까지 받은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나의 아버지는 6.25 전쟁이 발발할 당시 자동차업계에 종사하고 계셨는데 조국이 어려운 시기에 힘을 보태고자 정비기술자와 운전기사 등 70여명을 설득하여 이들과 같이 44세의 늦은 나이에 「제7사단 공병대대 수송부」에 자진 입대하셨다.
그리고 나는 이런 아버지를 따라 15세의 나이에 종군하였고, 이후 성인이 되어 정식으로 입대하여 군복무를 했다. 그 뿐 아니라 나의 아들과 조카를 포함한 우리집안 3대 11명 모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 집안이 현역으로 복무한 기간이 275개월이나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집안은 ‘병역명문가’로 선정되어 국무총리상을 받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가신 길은 가문의 영예를 바라고 하신 일은 아니셨다. 뜨거운 애국심으로 걸어가신 길이었고 그 뒤를 우리 후손들도 기꺼이 따른 것이다.
최근에도 언론을 통해 병역을 회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안타까움과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누구나 힘든 길을 일부러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의 평안함이 아닌 나의 조국, 나의 가족을 위해 묵묵히 나라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요즘 군대이야기를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군대이야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것 같다. 사회에서는 배울 수 없는 끈끈한 전우애와 인내심, 그리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성장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오래 전 군 생활 했을 때의 감동이 가슴속으로부터 밀려온다.
고통 없이 성장하는 사람은 없다. 극한의 고통을 넘어서 몸과 마음이 부쩍 성장하는 곳이 군대이다. 어쩌면 군대를 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 일 수 있다. 젊은 청춘들이 이런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우리 사회가 병역을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지 않았으면 한다. 병역이행이 분명 성장의 기회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애국지사와 참전 용사들이 있다. 이 분들의 희생을 알기에 국민들은 그 분들을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이렇듯, 그 희생을 사회가 인정하고 예우해 준다면 병역은 젊은 청춘이 당당하게 누리는 권리이자 자랑스러운 의무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집안과 같은 ‘병역명문가’는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