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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전협정일을 이야기하는 이유

한철호 기자  2013.11.07 13: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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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보훈청 보상과
한 철 호


지난 겨울이 얼마나 매섭게 추웠는지를 까맣게 잊게 만들 정도로 무더웠었던 올 여름,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혀 에어컨 없는 생활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이렇듯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은 나에게 전기의 소중함을 깨닫고 에어컨 발명가(현대의 기계식 에어컨은 1902년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가 인쇄소의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 발명했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감사하고 기억해야 할 것이 비단 전기와 에어컨뿐일까?

감사하고 잊지 않아야 할 많은 것들 중 하나가 바로 7ㆍ27 정전협정일일 것이다.

미국은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미 전역에서 조기를 게양하며 희생된 자들을 기리고 있다. 비록 아픈 역사이지만 이를 잊지 않고 후세들에게 바르게 교육하여야 6․25전쟁이 남겨 놓은 유산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금년에는 우리 정부 역시 유엔군 참전의 역사적 의의를 기려 6․25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공포하고, UN 등 27개국 정부 대표와 국내외 6ㆍ25참전용사 등 4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쟁기념관에서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기념식을 공식행사로 거행하였다.

7ㆍ27 정전협정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한 지향점은 분명하다.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국군과 유엔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감사하기 위함이다. 또한, 여전히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과 과거 북한의 도발을 경험한 우리에게 정전 체제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고, 한반도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함이다.

지난 9월 21일 6․25전쟁으로 어려움에 빠진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참전을 자원하였던 덴마크 의료진 참전용사가 영면하셨다. 故 클라우스 엔슨 박사는 휴전 후에도 2여 년 간 남아 국립의료원의 기반을 닦는 등 대한민국 의료 발전에 헌신하고, 유엔군뿐만 아니라 수많은 우리 국민의 목숨을 구해주셨다.

33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것도 창창한 앞날이 보장된 의사였음에도 목숨을 걸었던 그의 헌신에 이제는 더 이상 직접적으로는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같이 6ㆍ25전쟁에 기꺼이 참전하여 자신을 희생하였던, 그때로부터 60년을 훌쩍 넘어버려 이제 80세가 넘은 유엔군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7월 27일 정전협정일이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여름 필수품이 되어버린 에어컨처럼 우리는 누군가의 노력과 헌신 위에 너나 할 것 없이 삶을 이어 나간다.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의 모습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들이 그 순간 그 시절에 몸 바친 까닭에 우리는 오늘을 산다. 젊고 찬란한 시절을 누리는 우리가 유엔군 참전용사들을 기억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지난 지금에야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한 것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 의미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다시금 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전협정과 유엔군 참전의 날이 가지는 의미를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푸른 눈의 참전용사의 희생정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