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담배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음식점, 공공기관, PC방 등 흡연규제 정책을 펼치면서 담배와의 전쟁에 돌입한데 이어서 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종대)이 담배회사와의 전면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연초‘흡연피해구제추진단’을 꾸리고 담배회사와의 소송전에 돌입하였다. 공단은 흡연으로 인한 재정손실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금년 1분기 내 담배소송을 제기하고, 흡연피해보전법 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단의 담배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폐해에 대해 흡연자는 건강증진법상의 부담금을 물고 있는데 반해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과연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 차원에서 정당한 것인가?”하는 물음으로 출발한다.
흡연자는 논외로 하더라도, 흡연을 하지 않는 국민까지도 매년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 손실액 1조7,000억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정작 질병을 유발시킨 댓가로 엄청난 수익을 취하는 담배회사(예: KT&G 당기순이익 2011년 1조308억원, 2012년 7251억원)는 아무런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과연 사회적 정의와 형평에 합당하냐는 것이다.
공단이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과 공동으로 연구한 ‘건강보험 빅 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자료에 따르면 흡연 남성의 후두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의 6.5배, 폐암은 4.6배, 식도암은 3.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흡연 여성은 비흡연자보다 후두암은 5.5배. 췌장암과 결장암은 각각 3.6배와 2.9배로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지출이 2011년 기준으로 1조 7천억원으로 계산됐고, 이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46조원의 3.7%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한 해 흡연손실액 1조 7천억원은 우리 국민의 한 달 치 보험료이고,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173만 명의 절반을 구제해 줄 수 있는 금액이며, 건강보험 진료수가를 6% 인상해 줄 수 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3대 걸림돌로 불리는 선택진료비(1조3천억원) 문제를 해소 할 수 있으며, 상급병실료(약1조원)를 급여화 할 수 있고, 정부가 추진중인 암·뇌혈관·심장질환·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을 추가 부담 없이 보장해 줄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이와 같이 흡연으로 인한 개인의 건강 폐해와 그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 손실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된 이상 공단은 건강보험재정의 1차적인 책임자로서 건강보험재정 압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①흡연으로 인해 지출된 건강보험 진료비 환수를 위한 담배소송 제기 ②미국·캐나다와 같은 담배소송법입법 ③흡연피해 치료를 위해 담배사업자가 수익금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 ④금연치료를 건강보험으로 적용하는 방안 등의 추진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첫째, 공단은 KT&G와 외국계 담배회사를 상대로 진료비 환수를 위한 담배소송을 준비 중이다. 담배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개인 담배소송의 판결이 나기 전에 해야 한다. 대법원에서도 개인이 패소하여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준 이후에는 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담배 소송에 관한 근거법이 따로 없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법이나 민사소송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담배소송의 판결(서울고등법원 2011.2.15 선고. 2007나18883판결)이 흡연 연관성을 인정한 '폐암 중 소세포암'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으로 진료 받은 환자의 공단부담금에 대한 환수소송을 제기한다. 소송 규모는 1차적으로 '폐암 중 소세포암'으로 진료 받은 4397명에 대한 공단부담금 432억원이다.
둘째, 미국 플로리다주와 캐나다의 사례처럼 '담배소송법' 입법 추진을 병행한다. 이들 담배소송법은 사안마다 인과관계와 개별 피해를 입증하는 대신 통계적 입증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이 제기한 소송은 흡연 피해자들이 개별 입증을 못하여 800여건 중 단 1건 정도 승소한 사례가 있을 뿐이지만, 1998년 49개 주정부에서 4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흡연으로 인한 진료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담배회사로부터 2,460억 달러(한화 약260조원)의 손해배상 합의가 있었고,
캐나다에서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州)정부가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을 제정한 후 캐나다 연방대법원으로부터 2005년 9월에 최종 합헌결정이 있었으며, 마침내 2013년 5월 온타리오 주(州) 정부에서 담배회사를 상대로 500억 달러(약56조원)을 요구한 소송에서 승소를 한 사례가 있었다.
담배소송법이 입법되면 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한 해 1조7000억원의 담배피해 비용 전체에 대한 환수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흡연폐해 진료비용 회수를 소송이 아닌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가칭)담배규제 및 흡연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매년 담배사업자 이익의 일정부분을 '흡연치료기금'으로 조성하여 건강보험에서 흡연으로 인한 치료비용을 사용한 경우 이 비용을 '흡연치료기금'에서 보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금연과 흡연규제 정책에도 공단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금연 및 흡연치료에 소요되는 의료비용을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시킨다든가, 담배 값 인상에 대한 논리 제공, 금연단체와 함께 금연 홍보 및 금연캠페인을 전개하는 것 등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금연단체들은 금연캠페인, 담뱃값 인상, 음식점과 PC방 등에서의 흡연규제에 집중해 왔을 뿐 그 어느 단체도 담배회사와의 소송은 시도해 보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공공기관이 최초로 제기하는 소송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담배와 관련한 공단의 대응은 '기본이 바로선 건강보험', '복지재정 누수를 방지하는 건강보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건강보험'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공단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건강보험재정의 확충 및 사용에 있어 공정성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피해 구제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지만, 소송의 결과와 관계없이 빅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통계 분석 자료를 토대로 공단이 국민을 대리하여 직접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우선, 흡연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전 국민에게 인지시켜 금연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곧 국민의 건강증진 향상과 진료비 감소에 따른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국민의 대리기관으로서 담배의 폐해를 알리는 담배소송을 당연히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며,
공단의 담배소송에 대하여 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의 적극적 지지와 동참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