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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끝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완배 기자  2014.04.15 10: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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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 김완배

국내 첫담배소송15년만에 흡연 피해자들의 패소로 끝났다. 대법원은 흡연 후 암에 걸린 환자와 가족들이 담배 제조사인 KT&G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흡연은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며 피고들이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 표시상의 결함이나 그 밖의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함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고, 피고들이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또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개별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결했다. 질병의 책임 역시 흡연자 본인에게 있다는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414일 오전 9시에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를 상대로 537억원을 청구하는 흡연피해 손해배상청구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바야흐로 건강보험공단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담배회사들과 일대 결전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이번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이 여러 면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 무엇보다 담배소송은 국민건강권을 보호하는 조치로서 그 의미가 지대하다. 이번 담배소송은 공공기관이 제기하는 최초의 소송으로서 단순히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차원에 머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헙법은 제36조 제3항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국민건강권 조항을 두고 있다. 흡연으로 인해 국민건강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의 소송제기는 사실상 국민건강권 보호차원에서 원인제공자인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고 피해 확산을 차단하는 조치다. 이는 헌법상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수행하는 것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둘째, 담배소송으로 흡연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4800여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관련 물질들이 함유돼 있는 담배는 심혈관 질환, 폐질환 등의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각종 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그동안 준비한 빅데이터 분석자료들을 이번 소송과정에서 제시하게 되면 흡연의 폐해가 더욱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온 국민들에게 알려질 것이며, 그로 인하여 흡연자들은 좀 더 빨리 금연을 결심할 수 있고, 청소년 등 아직 담배를 피우지 않는 예비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려는 마음을 접을 것이다. 더 나아가 범국민적 금연운동이 확산된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은 없다.

셋째,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실추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 시킬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담배가격이 가장 싸고 성인남성 흡연율이 최고 수준인 한국이 이번 담배소송을 통해 금연후진국의 불명예를 벗어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1994년부터 46개 주정부가 소송을 제기하여 배상합의를 받아냈고, 캐나다는 20135월 온타리오 주정부가 담배소송에서 승소했다.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미국과 캐나다의 뒤를 이어 한국의 금연정책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국가적인 사건으로 전세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다.

비록 개인의 담배소송이 패소로 결정되었지만 전문가 의견, 국내외 소송사례, 국민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흡연피해에 대해 대응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을 희롱하는 것이며, 직무를유기하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시발점이며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