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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잃고 학교안전사고 예방법 국회 통과?

김한태 기자  2014.04.28 14: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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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태 / 성지중·
고등학교 교장

무려 1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지난 217,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진도 앞바다에서 또 다시 비보가 들려왔다. 땅속 흙더미에 묻혔다면 삽과 괭이라도 가져가 있는 힘을 다해 파보기라도 할 텐데 바다 한가운데에서 침몰된 여객선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숯덩이가 되어간다. 이제 겨우 꽃망울이 만들어졌을까? 꽃망울도 채 만들어지지 못한 300여 송이의 꽃이 졌다. 그 꽃들 때문에 금년 봄은 무척이나 슬프고 아프다.

세월호 사건 뿐 아니라 우리는 매년 크고 작은 사건들로 아이들을 잃어왔지만 늘 사태수습에만 연연하고, 관계자들을 처벌할 뿐이었다. 그나마 처벌도 미미했다.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도 처벌하기 위한 법안은커녕 원칙이나 기준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도 아닌 상황에서 가장 큰 재난이라 여겨지고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는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국회는 부랴부랴 학생이 참여하는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되었다. 개정안은 학생이 참여하는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이 개정안은 지난해 8, 사설 해병대 캠프의 청소년 사망 사건 후 제출된 것이었지만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손질되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여태까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었고 깊은 잠수를 타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의 아이들이 신입생 OT에서, 또 수학여행으로 가던 중 목숨을 잃었다.

아마 이번 세월호 참사 사건을 두고서 국회에 또 무슨 세월호 대책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다.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할 것이다. 하지만, 유가족과 전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지원이 아닌 또 다시 이러한 대참사를 겪고 싶지 않은 안전한 나라이다.

국회가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하도록 관제통신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하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에 관한 법률안'과 수학여행 등 체험 교육을 할 때 안전 대책을 마련토록 하는 학교 안전사고 예방법을 제때에 통과시켜주었더라면 꽃다운 아이들을 잃는 세월호의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나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나라인가를 묻고 있다. 이 나라가 과연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안전한 국가인가도 묻고 있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들을 몰아세워 엄벌하기는 쉽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곤란하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으며 구조 작업은 왜 그렇게 더딜 수밖에 없었는가. 비슷한 사고가 끊임없이 재발하는데도 우리는 왜 그것을 예방할 수 없는가. 지금 당장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우리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어른들의 잘못을, 시스템의 한계를, 업계의 비리를, 정부의 무능함을 냉정하고 철저하게 파헤칠 때,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한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살아남은 자들의 숙제이자 책무다.

그리고 아이들이 죽음의 공포와 사투를 벌이던 시간에 지폐를 말리는 선장의 모습을 통해 내가, 그리고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을 선실에 그대로 놔두고 배를 먼저 탈출한 것은 타이타닉호 이래 내려온 바다의 법칙(the rule of the sea)’을 저버린 행위였다. 직업적 소명의식도 없는 몇몇 때문에 우리는 소중한 꽃망울을 바다에 묻었다.

세월호는 좌초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라는 한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