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재능 대안학교 교장 김한태
지난 달 4일, 경남 김해에서 10대 여중생 3명이 경찰에 구속됐다. 그들은 ‘가출팸’을 탈퇴해 집으로 돌아가려는 친구를 집단폭행해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세월호’가 서서히 침몰해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경고이다.
경찰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14∼19세)이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미성년자라 합법적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생활비나 유흥비 마련을 위해 성매매, 절도, 폭력 등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 가출 소녀의 절반 이상이 성매매를 경험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20만여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미래의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들이 미래에 가정을 꾸린다면 그 자녀들 역시 빈곤과 가출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무척 높다. 이렇듯 ‘학교 밖 청소년의 세월호’는 서서히 침몰하며 지속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세월호 참사에 자신의 일처럼 분노하고 슬퍼하는 보통 사람들이 학교 밖 청소년 문제는 자신들과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지금 당장은 청소년 범죄로, 미래에는 빈곤과 성인 범죄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세금 증가의 형태로, 나아가서는 보통 사람들의 자녀들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둘째, ‘학교 밖 청소년의 세월호’는 아주 천천히 가라앉고 있어서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른다는 얘기는 여론 지지율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문제 해결에 관심을 쏟지 않으리란 걸 의미한다.
학교 밖 청소년 문제에 관한 한 나를 포함한 국민 대부분은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가깝다. 내가 나서서 학교 밖 청소년을 도와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해결 노력에 ‘무임승차(無賃乘車)’하려는 인센티브가 강하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s)’라 부른다.
학교 밖 청소년 문제와 같은 공공재는 국가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 생존을 위한 공간부터 마련해주어야 하며 이들이 경제적인 빈곤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해주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이 미래의 잠재적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걸 막으려면 맞춤식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은 천차만별이다. 각종 대안학교부터 학평(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까지, 그러나 국가는 이에 대한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다닐 학교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각 개개인의 실정에 맞는 학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학생이 없어 폐교위기에 처한 각종 대안학교 및 학평학교들에 대한 조속한 실태파악(재정지원 등)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改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은 국가의 주요 책무다. 아울러 그 못잖게 주요한 책무가 바로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20만여 명의 ‘학교 밖 청소년의 세월호’를 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