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중고등학교 교장 김한태
‘묻지마 범죄’는 이제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나 미국에서나 접할 수 있었지만 불과 1,2년 전부터 ‘묻지마 범죄’는 우리의 일상의 공포로 자리 잡을 정도로 어느새 우리사회에 익숙한 위험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해자의 10명 중 8명은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회적 소외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이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발생한 '묻지마 범죄' 109건을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82%(89명)는 사회적 소외계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4%(70명)는 무직자였고, 일용직 노동 종사자는 17%(19명)로 나왔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경우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사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정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청소년기부터 안정된 환경에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을 겪는 대다수의 가정의 부모들은 양육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청소년들은 학습기회를 갖지 못하고 그로 인해 빈곤의 대물림을 하게 된다. 더구나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학습과 훈련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방치되어 학교 밖 청소년이 약 20만 명에 이르고 있는 지금, 결국 이 숫자가 잠재적 범죄자의 수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속감을 갖지 못한 청소년들은 심리적 동조감을 얻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비행을 저지르게 되고 비행이 집단화 되면서 오는 죄책감도 덜 느끼게 된다. 가정에서 통제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학교에서의 통제를 거부하고 결국, 사회에서 떠돌이 신세가 되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청소년기의 단순비행은 성인이 되어서는 다양한 형태의 범죄로 나타난다.
가정, 학교, 사회로부터 어떤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청소년은 학업중단, 가출, 보호자 부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하며 이들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나 학평학교(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에 대한 지원이 현재는 매우 미미하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청소년 범죄에 있어서 초범의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반면, 2범 이상의 재범자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한번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가정이나 학교에서 이탈하게 된 청소년들이 대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리를 떠돌면서 더 깊은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청소년들을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교육시설의 확충과 현재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 및 학평학교 교육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