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의 정석, 선유계곡 화양계곡
(충북 괴산군)
도시의 시커먼 아스팔트가 녹아내릴 듯한 무더위 속, 8월의 태양을 피하는 법 전격공개!
그 옛날 신선들도 부러워할 만큼 시원하고 알찬 피서법이 속리산 계곡자락에 숨어 있다. 대표적인 곳은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이 그 절경에 반해 계곡 곳곳마다 이름을 붙이고 머물렀다는 선유계곡과 화양계곡이다.
넓은 계곡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들이 뿜어져 나오는 이 두 계곡은 여름철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명소. 화양계곡은 대명산을 끼고 있어 웅장한 산세와 함께 넓은 계곡이 활기차다. 대가족 단위나 친구들끼리 단체로 놀기에 좋다. 반면 선유계곡은 그 폭이 화양계곡보다 좁으나 포근하고 정겨운 모양새가 마음 편히 쉬기 좋다.
화양계곡은 조선 후기 유학자 우암 송시열이 중국의 무이구곡을 닮았다 하여 9곡의 이름을 짓고, 가장 경관이 수려한 제4곡 금사담 암석 위에 암서재라는 이름의 사당을 짓고 머무른 곳이다. 제1곡부터 제9곡까지는 약 5km 거리. 길이 완만하고 포장이 되어 있어 등산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산책코스가 된다.
먼저 제1곡 경천벽은 화양계곡 초입에 있다. 깎아지른 층암절벽이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양이다. 속리산국립공원 화양지구 초입의 화양야영장에서 가깝다.
제2곡은 맑은 물에 구름이 비치는 담이라 하여 운영담이라 불린다. 초록빛 자연을 담아 물색도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 넓은 모래사장이 완만하게 펼쳐져 있어 어린이들이 놀기에 좋다. 제3곡 읍궁암 주변에는 민박과 식당이 몰려있고, 그 옆에는 노론의 대표, 송시열을 배향하는 서원 중 하나로 최근에 복원된 화양서원이 있다. 이곳에는 전문 해설사가 있어 조선 후기 우암 송시열의 행적 및 화양서원 곳곳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우암 송시열이 정계를 은퇴한 후 커다란 반석 위에 지은 암서재는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가 금빛으로 반짝이는 제4곡 금사담에 있다. 휘고 뻗은 계곡 물길과 옛 서재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가 그대로 그려진다.
제5곡은 그 옛날 별을 관측했을 법하다 싶어 이름 지은 첨성대로, 속리산국립공원 등산코스 중 비교적 쉬운 대명산 등산로의 시작점이다. 여기에서 대명산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첨성대를 지나면 화양3교가 나오는데 여기서도 대명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큰 2층 바위인 제6곡 능운대를 지나면 제7곡 와룡암이 나온다. 용이 길게 누운 형상처럼 큰 암석 하나가 밑으로 길게 드러누워 작은 폭포를 이루고 그 밑으로는 넓은 계곡이다. 와룡암 위로는 바로 제8곡 학소대와 제9곡 파천이다. 넓은 바위에 자리 잡고 앉아 시원한 물에 발 담그며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기 좋다. 여기서부터 길을 따라 5km 정도 더 들어가면 선유동계곡까지 한걸음에 이어진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라면 자연해설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도 좋겠다.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지구에서는 ‘화양계곡의 친구들’이란 제목으로 화양동 유적, 화양동계곡과 숲을 구성하고 있는 자연들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하루에 4회,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조선후기 역사공부는 물론 자연공부도 된다.
퇴계 이황이 9개월간 머물렀다는 선유동계곡은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곳이라 이름 붙여진 선유동문(仙遊洞門)에서 시작된다. 제2곡 경천벽은 화양계곡의 것에 비하면 둥글둥글한 산등성이 같아 온화하다. 제3곡 학소암은 학이 둥지를 틀었다는 곳으로, 층층이 쌓인 바위와 그에 얽힌 소나무가 울창한 계곡의 미를 한층 뽐내는 명소. 어린 자녀들 물놀이하기에는 상류보다 이곳 하류 쪽이 좋다.
계곡 중간 지점에 이르면 신선들이 깊은 산세에 둘러 앉아 불로장생의 영약, 금단(金丹)을 먹었다는 제4곡 연단로가 나온다. 커다란 바위가 계곡 중앙에 떡 버티고 있으니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거려봤자 그 크기를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 멀리서 두고 보는 편이 낫다. 바위틈을 돌아 내려오는 물소리가 용이 물을 뿜듯 힘차고 시원한 와룡폭은 선유계곡의 대표 절경이다. 울창한 숲속 굽이굽이 흐르는 와룡폭 넓은 바위에 누워, 하늘을 이불 삼고 물소리 자장가 삼으면 더위도 잊고 시름도 잊혀질 법하다.
와룡폭에서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까지는 연이어 있으니 천천히 계곡 주변을 살피며 봐야 한다. 층층이 쌓인 화강암과 기암괴석들이 거북이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하고, 다시 보면 물에 머리를 내놓은 돌고래 같기도 하다. 옛 선인들은 이 모양을 보고 용 같다 하고, 신선이 노닐다 간 곳 같다 하며 신비해했으니 시대는 변했으나 변함없는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는 마음은 같다.
올 여름 방바닥 주인행세 접어두고 진정한 신선놀음을 즐기고 싶다면 지금 바로 속리산에 있는 화양계곡과 선유계곡으로 떠나보자. 시간을 잊은 채 신선놀이 하다 아차 싶어 계곡을 나설 때쯤, 머리가 백발성성이라도 머문 시간은 황홀경이다.
- 괴산군청 http://www.cbgs.net/">http://www.cbgs.net/
- 국립공원속리산 http://songni.knps.or.kr/index.aspx">http://songni.knps.or.kr/index.aspx
- 괴산군청 문화관광과 043)830-3466
- 국립공원관리공단 화양탐방지원센터 043)832-4347
- 위 치 :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 402
자연을 배우고 느끼며 여름을 이긴다,
의령 찰비계곡(경남 의령군)
경남 의령군 궁류면 벽계리에 자리한 찰비계곡은 한우산(寒雨山·836m)에서 그 물줄기가 시작한다. 찰비는 한우(寒雨)의 순우리말 이름으로 한 여름에도 겨울비처럼 차가운 비가 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사람들은 이곳 찰비계곡을 벽계리에 있는 계곡이라고 해서 벽계계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벽계야영장은 벽계저수지 지나 좌측 찰비계곡 냇가에 자리해 있다. 90여동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과 12동의 방갈로를 갖추고 있는 벽계야영장은 야외풀장, 물미끄럼틀, 수중보 등 물놀이 시설이 잘 구비돼 있어 야영과 피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명경지수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맑은 계곡물은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저만치 물러서게 한다. 맑은 물 뿐 만아니다.
야영장 내에는 찰비계곡의 멋과 숲길의 운치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숲 관찰로도 마련돼 있다. 제2야영장과 제3야영장을 가로지르는 계곡을 따라 조성한 숲길은 야영장에서 1.2km 떨어진 1호댐까지 이어진다.
코스가 전체적으로 완만한데다가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천천히 산책하듯 다녀올만하다. 단, 몇몇 구간에 풀이 많이 자라 있어 반바지 보다는 긴바지를 입는 게 좋다.
벽계야영장 옆 도로는 벽계마을을 거쳐 한우산 정상 턱밑까지 이어지는 임도다. 임도라고는 하지만 차 두 대가 거뜬히 지날 정도로 널찍한 도로다. 벽계야영장에서 이 도로를 따라 두어 구비 크게 돌아나가면 층층이 쌓아올린 다랭이 논 뒤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자그마한 마을과 마주하게 된다. 하늘아래 첫 동네 벽계마을이다. 2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벽계마을은 지난 30년 동안 단 한 건의 산불도 발생한 적이 없어 산림청으로부터 ‘산불 없는 마을’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한우 즉 찰비가 내릴 정도로 울창한 숲은 마을 주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한우산 산행은 벽계마을을 들머리로 삼는다. 벽계저수지 너머 백학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벽계야영장을 베이스캠프로 삼을 경우 임도와 바로 연결되는 이곳이 훨씬 접근성이 좋다. 벽계마을에서 산성산(741m)을 거쳐 한우산에 이르는 코스는 5.2km, 백학마을에서 석신정을 거쳐 한우사에 이르는 코스는 6.3km이다.
두 개의 산행 코스 모두 훌륭하지만 한우산 산행의 매력은 비단 걷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산 정상부까지 잘 정비된 임도가 있어 차량이나 MTB(산악자전거)를 이용해서도 한우산 정상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벽계야영장에서 시작하는 임도는 전 구간이 깔끔하게 포장돼 있어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벽계야영장에서 벽계삼거리까지는 6.9km.
한우산 정상은 두 개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을 끝점으로 하고 있다. 임도가 끝나는 벽계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2km 정도를 더 들어가면 주차장 전망대와 제1활공장 그리고 한우산 정상이 나오고, 벽계삼거리에서 철쭉군락지로 이어지는 나무데크를 오르면 제2활공장이 나온다. 두 활공장 사이는 1km 정도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천천히 걷기에 좋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제2활공장에 세워진 이정표에 오류가 있다는 점이다. 제2활공장에 세워진 이정표에는 한우산까지의 거리를 380m로 표기하고 있지만 팔각정이 위치한 이곳은 실제 한우산 정상이 아니다.
지도상에는 이곳을 한우산 분기점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한우산 정상은 이곳에서 한우산 주차장 이정표를 따라 680m를 더 가야한다. 한우산 정상에는 한우산이란 글씨를 큼직하게 새긴 표석이 있으니 이를 찾아가면 된다.
내려올 때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길을 선택하면 된다. 칠곡면이나 가례면 방면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한우산 주차장에서 쇠목재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쇠목재 부근에서 1013번 지방도를 이용하면 되고, 벽계야영장이 위치한 궁류면 방면으로 다시 돌아오려면 올랐던 길을 거슬러 내려오거나 벽제삼거리에서 한우산 주차장 반대 방향인 양성삼거리 쪽으로 방향을 잡은 뒤 양성 삼거리에서 입사마을로 내려오면 된다. 벽계삼거리 부근에는 별도의 이정표가 없지만 백학마을 방면 등산로와 만나는 갈림길이나 화양동 삼거리에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길을 찾기가 힘들진 않다.
화양동 삼거리에는 등산로와 임도가 비교적 상세히 표시된 약도가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단, 벽계삼거리에서 화양삼거리를 지나 입사마을로 내려오는 길은 구간구간 비포장 도로가 있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계곡과 산에서 자연을 즐겼으면 이제는 자연을 배울 차례다. 여행 와서 공부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공부도 공부 나름이다. 놀이보다 재미있는 공부도 얼마든지 있는 법. 궁류면 평촌리에 자리한 나무공예농장이 바로 놀이보다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한 농촌교육농장인 나무공예농장은 의령군에 있는 4개 농촌교육농장 중 한 곳으로, 이곳에선 나무공예를 통해 아이들에게 농촌과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친다. 교육과정은 단순하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나무모형을 이용해 장승, 솟대, 떡살, 옥새 등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만 해도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들 교육에 사용되는 모든 소재가 초·중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미술교과서에 나오는 옥새 이야기를 바탕으로 옥새를 만들어 보고,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 나오는 장승, 솟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장승과 솟대를 만들어 보면서 자연스레 교과내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과 유치원생들은 투각방식(사물의 윤곽만 조각해 놓은 나무 조각)으로 제작한 나무모형에 자신이 좋아하는 수서생물들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작품이 완성되면 자신이 만든 모형을 들고 마을 하천으로 나가 실제 수서곤충과 비교해가며 다시한번 놀이를 겸한 교육을 진행한다. 수서생물 외에도 다양한 야생화와 약초를 그려보는 체험교육도 가능하다.
궁류면 평촌리에서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볼거리는 봉황산과 일붕사이다. 두 곳 모두 나무공예농장에서 차로 1~2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봉황산 자락에 기대어 있는 일붕사는 두 개의 거대한 동굴법당을 가진 사찰로 유명하다. 특히 대웅전으로 사용되는 동굴법당은 동양에서 가장 큰 동굴법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기도 한데, 대웅전 동굴법당의 규모는 455㎡에 이른다.
일붕사를 품고 있는 봉화산 정상에는 봉화루라는 자그마한 정자가 자리해 있다. 봉화루 앞으로 평촌리 일대를 내려 보기에 좋은 전망대있어 한번쯤 올라볼만하다. 수직암벽으로 이뤄진 산이지만 높이가 40여 m에 불과해 오는 것은 크게 어렵지는 않다.
등산로는 일붕사 일주문 옆과 도로변 초입에 자리해 있다. 도로변에서 오르는 곳보다는 일주문 쪽에서 오르는 코스가 조금 더 가파르다.
- 의령군청 : http://www.uiryeong.go.kr">http://www.uiryeong.go.kr
- 일붕사 : http://www.ilbungsa.or.kr">http://www.ilbungsa.or.kr
- 의령군청 문화체육과 : 055)570-2400
- 나무공예농장 : 055)572-3765
- 일붕사 : 055)572-7777
- 위 치 : 경상남도 의령군 궁류면 벽계리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