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일 (민족통일영등포구협의회 총회장)
지난 2월 19일 한국을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지도부가 불투명하다면서 “북한체제는 현재 후계자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후계자 문제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말의 뜻은 북한내부에서 진행하는 김정일 체제에 대한 움직임들이 심상치 않으며 급변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 의미심장한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누가 권력을 승계할 것인가는 불투명 상태입니다. 북한은 이미 1990년부터 김정일의 아들을 중심으로 권력승계를 위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1990년 후반에는 장남 김정남을 중심으로 시도했고, 2000년 초반에는 이남 김성철을 중심으로 후계자 자질을 검증했으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금년 1월부터 자연스럽게 김정일이 가장 사랑하는 3남 김정운의 자질 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김정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건강이 건재하다면 권력계승에 있어서 김정일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김정일의 의지보다 북한 내부의 권력 경쟁으로 번질 때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우리 사회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하겠습니다.
북한의 권력투쟁에서 주목을 끄는 사람은 장성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성택은 김일성의 사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입니다. 장성택은 김정일을 제외한 북한권력 내부에서 가장 많은 세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성택은 한 때 실각하기도 했으나, 2006년 1월 새롭게 공식 활동을 시작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그 권한을 대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도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권력 투쟁에서 주목을 끄는 또 한사람은 이제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강은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으로 중앙조직부내에서 활동해 온 인물입니다. 이제강은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로 그의 머릿속에는 북한 노동당 인물현황이 빠짐없이 들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성택의 실각시기에 김정일 위원장을 공식적으로 수행했으며, 지금도 중요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권력승계에 일정한 영향력을 미칠 여인으로는 김경희와 김옥을 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경희는 김정일 위원장의 누이이며, 장성택의 부인입니다. 김경희는 오랫동안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지원해 왔다고 합니다. 김옥은 김정일 위원장의 기술비서로서 근무하고 있는데,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실권을 장악하고 김정일에 대한 외부인사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옥은 김정남보다 이남인 김정철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재강과는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는데다가 김정일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공식적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김정일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내세워야 하고, 김정일이 살아있는 동안에 후계 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합니다.
만약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작업을 결정짓지 못하는 통치능력이 상실될 때 북한에는 급변사태가 벌어지게 된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당분간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대행체제로 운영하겠지만, 이런 상태는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행체제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불안정을 줄이려면 권력을 집중해야 하며, 권력을 집중하려면 북한의 정치 관행에 따라 숙청이 필요한데 숙청을 당하게 되면 강력한 반발에 부딪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후계자 예정자로 지목됐던 김정남, 장성택, 김경희 조와 김성철, 이제강, 김옥 조와 김정운 새로 형성되는 엘리트조가 사활을 걸고 권력투쟁을 벌인다면 북한 체제는 순탄치 못하고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 것입니다. 미국의 클린턴 국방장관은 그러한 상황을 예견하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수면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의 정치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며 여기에 대한 만전의 대비가 있어야 하겠다고 사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