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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영등포에 핀 꽃

관리자 기자  2009.03.05 0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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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남 선 (본지 주부기자)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반가운 꽃을 보았다. 영등포아트홀로 새롭게 단장한 구민회관. 색색의 긴 테이프가 현관 측면에서 일렁이고 축하 화분들이 곳곳에 있어 아직도 축제 분위기다.
 개관 기념으로 여러 공연이 있었지만 마지막 날에 겨우 시간을 냈다. 우리 이웃들은 모두 미리 다녀갔을까, 모르고 있을까. 아트홀은 조용했다.
‘한국 현대작가 초대전’ 전시실에 들어섰다. 안내 도우미 외엔 아무도 없이 고즈넉했다.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미술 이야기’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해서 현대미술에 가까이 가는 귀한 시간을 기대했는데 오전 11시에 지나갔다고 했다.  넓은 전시실을 돌며 혼자 마음대로 해석하고 상상하며 감상했다.
작가들이 내면에서 피워 올린 풍경화, 추상화, 정물화 등등에 구체적·심리적·회상적으로 담긴 영혼, 진지한 삶의 단면들을 가까이 혹은 멀리에서 보며 마음 밑바닥에 고였던 일상들을 잠시나마 비워내는 시간이 됐다.
 전시실 입구와 실내에 조화롭게 배치된 조각상들도 눈길을 끌었다. 다른 문화공간이나 공원 에서 보지 못했던 작품도 있었고, 앙증맞은 소녀상 앞에서도 발길을 한참이나 멈추었다.
특히 ‘어느 개인 날의 오후’라는 작품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강아지를 앞세우고 자전거를 타고 시원스럽게 달리는 모습은 움직임과 바람이 느껴질 정도의 작품이다.
2층에서 내려와 강당입구에 섰다. 서울 발레시어터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창작발레가 있는데 저녁 7시 반이라고 한다. 발레 역시 마지막 날이다. 아쉬움이 있어 허락을 받고 그들이 연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공연 4시간을 앞두고부터 연습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들이 오고갔다. 트레이닝복의 편안함으로 중심잡기와 곡선의 몸짓으로 또는 표정으로 반복된 연습을 하고 있는 그들. 세상 사람들 모두의 삶이 들어 있는 듯 했다.
그들의 연습이 하나의 공연과 인생을 다지고 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인물, 또 다른 작품들의 인물이 되면서 그들은 또 다른 ‘김연아’로 훌륭한 예술가로 떠오를 것이다. 무대 옷으로 화려하게 갈아입은 후의 그들 모습을 상상하면서 강당을 나왔다.
영등포에 살면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우면산 자락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 부러웠고,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쉽게 발걸음이 내디뎌지지 않았기에 우리 영등포아트홀의 새로운 모습이 나에겐 정원에 핀 꽃으로 다가왔다. 그 속에서 앞으로 크고 작게 피어 날 문화의 꽃들과 함께 지낼 일들 또한 즐거움·행복·설렘의 꽃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