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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백수탈출 성공할까?…청년실업자들 구직위해 '안간힘'

관리자 기자  2009.01.03 0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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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백수탈출 성공할까?"…청년실업자들 구직위해 '안간힘'

토익 910점, 평균 학점 4.0, 자격증 4개, 외국계 기업 인턴 경력 등 화려한 자격을 갖춘 김모씨(28·여)는 아직 취직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기업에 20여차례 이상 원서 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면접은 커녕 서류통과도 할 수 없었다. 김씨는 "면접의 기회조차 없었다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자조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국내 경제한파는 청년 취업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대기업·공기업은 허리띠를 졸라맬 태세고, 공무원 역시 채용 축소가 점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과 기업들의 구조조정 소식은 취업준비생들에게 더 큰 부담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올해만은 꼭 취직을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지만 새해에도 경제침체에 따른 고용대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한숨과 좌절만 깊어지고 있다.

◇백수+반백수 300만명 넘어서

고용 사정이 악화하면서 '사실상 백수' 상태에 있는 사람이 275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1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해 추가 취업을 원하는 불완전취업자인 '반(半)백수'를 포함하면 모두 31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7000명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실업자는 75만명으로 2007년 같은 기간(73만3000명)과 비교해 1만7000여명 늘었다.

'사실상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 입사,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자는 55만2000명, 아프거나 나이가 많지 않지만 취업할 생각이 없어 '쉬고 있다'는 사람은 132만7000명,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해 취직을 단념한 사람도 12만5000명에 달한다.

◇올해 취업시장은 더욱 '꽁꽁'

설상가상으로 올해도 취업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잡코리아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500대기업 일자리 기상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231개사)의 일자리는 1만884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지난해 채용한 규모(2만2566명)보다 16.5% 줄어들 것이다. 아직 계획을 잡지 못한 기업도 118개사에 달했다.

상위 30대 기업은 올해 채용인원을 지난해 대비 10.6% 줄일 예정이다. 또 31~100위 기업(31개)은 13.8%, 101~300위 기업(87개)은 12.5%, 301~500위(98개) 기업은 43.1%나 올해 채용인원을 줄일 계획이다.

한국은행도 2009년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해보다 10만명 줄어든 4만명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2009년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지혜를 결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구직자들 "올해는 반드시"…취업위해 안간힘

구직자들은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취업준비생들도 '더 이상 물러나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최근 기업이 이미 졸업한 취업 준비생보다 졸업예정자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졸업을 앞둔 박모씨(28)는 "2월이면 졸업을 하는데 취업을 하지 못해 일부러 F학점을 받기 위해 교수님을 찾아갈 생각"이라며 "졸업을 하지 못해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백수로 사는 것보다 준비를 잘해서 취직하는 것이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준혁씨(29)는 "졸업을 한 뒤 입사시간이 길어지면 상대적으로 전형 과정에서 불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졸업을 연기해 부족한 학점도 끌어올리고 취업 준비도 착실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적성이나 취업 조건을 따지지 않고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이른바 '묻지마 지원'도 늘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최근 구직자 12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월 이전에 '묻지마 지원'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32.7%로 조사됐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9월 이후에는 50.1%로 증가했다.

금융권 입사를 희망하는 강석천씨(30)는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금융권에 취직하기를 원했지만 금융권에 곧 인력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입사를 포기했다"며 "대신 경기가 좋지 않아 일단 취업을 목표로 전공·보수에 상관없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업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했던 김가영씨(28·여)는 "대기업 취업을 위해 2년간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며 "일단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취직해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이직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류영찬씨(30)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2009년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취업이 어려워질 거란 전망이 잇따르면서 대기업이나 공사 등과 같은 곳에 입사하기 위한 욕심을 버렸다"며 "눈높이를 낮춰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울 때 일수록 경력 관리에 나서겠다는 취업준비생들도 상당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하루 평균 4시간20분을 전공·외국어·자격증 준비 등 취업 공부에 투자한다. 대학 등록금이나 어학연수 비용, 생활비를 제외하고 월 평균 약 17만원을 학원비와 독서실비 등 취업 준비 비용으로 쓴다.

정모씨(30)는 "입사지원서 통과 없이 취업을 할 수는 없다"며 "800점대의 토익점수를 900점대로 올리는 등 부족한 스펙을 보강하기 위해 전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한 비결은?

전문가들은 올해 고용시장이 극도로 침체될 것으로 보여 취업준비생들은 일단 취업해 경력을 쌓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고 우회하는 취업전략을 세우면 새해 극심한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잡코리아 김화수 대표는 "구직자들이 여전히 특정 직종에만 몰려 실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구직자는 일단 취업한 뒤 경력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취업포탈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경기불황으로 많은 구직자들이 취업에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며 "너무 취업에만 급급해 하기 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맞는 취업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영등포신문】

/ 김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