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공기업 선진화 1차 추진계획’을 통해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통폐합할 계획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 데다, 이미 계속 거론돼온 통폐합과 관련해 양 기관의 입장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통합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계획 가운데 주공과 토공의 통합에 대해서는 결국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당초 방침대로 통폐합 및 기능조정에 나선다는 방침만 밝혔을 뿐, 오는 14일 갖는 공개토론회에서 통폐합 문제 및 추진방식 등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정도다.
정부가 양 기관의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택지개발사업이나 도시개발사업 등 양측의 일부 기능이 중복되는 데다, 분양주택부문 사업의 경우 민간 건설사들과 겹치는 점 등을 감안해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선 통합 후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주공 측의 입장은 우선적으로 정부의 통합 방침에 적극 찬성하면서 먼저 통합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무려 34개에 이르는 사업 중복으로 인해 비효율이 증가하고, 택지개발이익을 주거복지에 재투자할 수 없어 재정지원 및 국민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통합을 통해 택지와 주택건설을 일원화 해 아파트 분양가 및 임대료 등을 인하하는 효과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선 구조조정 후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토공 측은 우선 통합부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토지는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적인 관리가 필요한 반면, 주택은 민간 부문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회에서도 두 번이나 통합입법을 포기한 만큼 통합할 명분이 없고, 강제통합되면 100조 원대의 부채로 인해 국가경제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택지조성원가를 분양가에 떠넘기게 돼 오히려 아파트 분양가가 11% 이상 오르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앞으로 정부가 의견조율을 이루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더욱이 양 기관이 통합하면 자산이 84조 원대에 이르는 거대기관이 되면서 동시에 부채도 늘어 66조 원 규모로 증가하게 되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들 기관은 2011년에 각각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의 혁신도시로 이전하도록 돼있어 이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느냐도 숙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기업이 통폐합되더라도 이전은 당초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만큼, 양 기관과 지자체들의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주공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주공은 통합에 대해 정부나 국회 입장을 존중한다는 방침”이라며 “15년 전부터 통합에 대해 논의돼왔는데 기능조정이라는 미봉책으로 해소돼왔고, 지금도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이 양사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정부 정잭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토공 노조 관계자는 “이날 정부 발표에서 통합 효과 등은 쏙 빠져있고 방안만 던져놓은 상태이고 구체적인 통합 효과 등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다”며 “토론회 등을 통해 문제점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 오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