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탈북여성 인신매매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전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속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실용과 변화를 기반으로 선진화를 달성하자고 주문했다. 또한 남북관계는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익 우선 원칙에 따라 세계 각국과의관계 재정립 및 개선에 나서고, 대북정책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펴나겠다는 것이다.
지난 정권을 거쳐 오면서 남북관계는 바로잡아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 제1조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공포된 바 있고, 이는 1948년 국제연합총회가 채택한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에서도 다시 확인되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애써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지난 4일 외교통상부는 기존의 정책을 변경하여 “인권은 개별국가의 특수성과 관계없이 추구되어야 할 인류 보편적 가치이며, 남북관계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인신매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최하등급인 3등급 국가로 규정돼 있다. 또한 미 국무부는 중국내 탈북여성에 대한 인신매매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으며, 중국 당국의 책임도 있음을 언급했다.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약 20~30만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여성이 60~70%를 차지한다. 이들 여성중에서 70% 이상은 인신매매나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신매매를 당한 여성들은 산간벽지, 유흥가등에서 팔려 다니며 강제결혼, 성폭행, 원치 않는 임신, 각종 부인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설령 결혼을 한다 해도 남편과 시댁식구들의 무시와 구타, 북한거주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불법체류신고 협박 및 체포, 강제송환의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중국에는 탈북여성들의 출신지역과 학력 및 연령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인신매매 시장이 비공식적으로 형성돼 있다. 돈만 있으면 ‘조선여성을 살 수 있다’는 정보가 중국전역에 퍼지면서 지역별로 서로 다른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 소식통에 의하면 탈북여성들은 연변을 중심으로 보통 3차례 정도 되팔리고 있는데, 갓 탈북한 여성은 한 사람당 3,000~5,000위안이고 최종적으로 한족에게 넘겨질 경우10,000~12,000위안에 팔린다고 한다. 한족이나 조선족에게 시집간 여성들 역시 몇 년 살지 못하고 탈출하여 유흥가를 전전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어렵게 번 돈마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송금까지 하고 있다. 물론 송금비 30%는 중개인의 몫이다.
왜 이 여성들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이런 멸시와 천대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지난 4일 영국 주재 북한대사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적하자 “우리는 인권보다 국권을 더 주장하며, 국권이 없으면 인권도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인민들이야 어찌되던 국가만 보위할 수 있다면 괜찮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가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일차적 소임이다. 만약 이를 방기한다면, 더 이상 그 국가는 존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사회 또한 비참한 인권상황에 처한 탈북여성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이 문제는 비단 우리 사회의 인권수준 뿐만 아니라, 양심의 현주소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한국정부는 적극 나서야하며, 침묵하고 있는 한국 여성계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