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소떼방문의 계기로 50여년 동안 분단되었던 휴전선을 소떼방문 후 금강산 길이 처음 열리고 금강산 관광을 위해 ‘금강호’가 첫 출항을 시작 한 이래 벌써 아홉째 해가 될 줄이야 ....
그래서 나는 황소의 소떼들을 “통일소”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어릴적 아버지가 소 한 마리를 판값 70원을 갖고 청운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했던 고(故) 정주영 회장은 그 한 마리 소를 1천마리 소로 불려 그 빚을 갚으로 귀향길에 올랐던 것이 1998년 이고 보면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번 방문이 단지 한 개인의 고향방문이 아니라 부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환경의 초석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정 회장이 말했듯이 소떼(통일소)로 인해 남·북간 육로와 해로가 열리면서 금강산을 다녀온 관광객의 수가 백만명을 넘어선다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이 하나되는 그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11월 29일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통일을 기원하는 금강산 걷기대회에 참석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서울을 떠나 금강산으로 길을 떠나게 되었다.
출발하는 순간부터 내내 긴장감과 처음으로 맞이하게 될 북측 사람과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면서 뛰는 가슴을 숨고르기 하며 이른 아침 북측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금강산 여행을 떠나기 앞서 정신과전문의 이무석박사가 쓴 ‘30년만의 휴식’이라는 책을 소지하고 떠났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17살의 사회초년생으로서 30여년을 앞만 보고 무한질주로 달려온 나에게는 절실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똑같은 일을 당해도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다.
절망하고 좌절하는 사람도 있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반응을 의지력과는 상관이 없이 성격의 문제로 성장과정의 마음가운데 만들어진 ‘마음속의 아이’가 원인이라고 한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해 만들어진 아이가 우리의 무의식에 살면서 우리를 성숙한 인간이 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마음속의 아이를 이해하고 이 아이로부터 해방되어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다른 사람과도 행복한 만남을 갖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금강산 통일기원 걷기대회를 참여 하면서 행사를 주최한 영등포신문사를 통해 150여명의 일행과 2박3일간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금강산 인연 ! 행복한 만남이 아닐 수가 없다.
시인이 아니라도 금강산에 오르면 저절로 시인이 된 듯 노랫말이 떠오르고 아무리 성격이 모질고 답답한 사람일지라도 금강산에 오르면 쉽게 손을 내밀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사람들 !
점수, 흥미, 김현, 선희 그리고 이름 모르는 많은 일행 분들 ..... 언제 다시 만나게 될 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2박3일간의 금강산 여행을 그려본다.
내 나라의 산인데도 에베레스트산보다 더 멀고 높아서 가지를 못하였던 금강산 !
산과 물은 낯설지 않았지만 차창 밖 비무장지대의 인민군들을 보면서 불안하고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1292개의 삼팔선을 가르는 표지팻말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화를 가져왔듯이 2개의 팻말은 비바람에 쓰러지고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금강산은 그냥 금강산이 아니다.
철따라 옷을 갈아입는 금강산은 불려지는 이름도 많다.
봄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게 빛난다고 하여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녹음이 무성하다고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온 산에 단풍이 아름다워서 불려지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눈덮인 바위들만 우뚝우뚝 솟아 있어 뼈만 남은것 같아서 개골산(皆骨山), 이외에도 멧부리가 서릿발 같다고하여 상악산(霜嶽山), 신선이 사는 산이라고 하여 선산(仙山).
이렇듯 금강산은 많은 이름처럼 계절별 경치가 다르고 느낌이 다른 명산 중의 명산이 아닌가 싶다.
첫날! 아침 7시 영등포를 출발해 북측 온정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쯤이었다.
온정각은 금강산 관광의 출발점이자 중심지로서 관광객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피로를 풀기도하고 다음날 여정을 계획하고 오늘의 관광을 추억으로 생각을 쌓는 곳이기도 하다.
온정각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상설 공연 중인 평양모란봉교예단의 교예공연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수준 높은 묘기로 금강산 관광의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오후 여섯시쯤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온정각 동관에서 저녁식사를 끝내고 숙소인 금강펜션타운으로 가는 길에 고성항 횟집에서 술자리를 함께한 후 편안한 북측에서의 첫 날 밤을 보냈다.
금강산관광은 온정각 수정봉코스와 만물상코스, 구룡연코스, 해금강코스 등 여러 관광코스가 있지만 2박3일의 짧은 일정에는 코스를 선택해 관광을 할 수 밖에 없는 아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