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검정색 물질을 바른 달러를 내전동안 권력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블랙달러’라고 속여 복구하는데 투자하면 수십배의 이익을 돌려주겠다며 수천만원을 가로챈 라이베리아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일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출신 S씨(38)와 B씨(43)는 지난 7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술집에서 무역업자 강모씨(50)에게 자신들이 라이베리아 정보국출신 외교관이라며 접근했다.
S씨 등은 강씨에게 자신의 조국 라이베리아가 오랜 내전을 겪는 동안 권력 있는 사람들이 달러를 지키기 위해 ‘블랙 달러’를 만들어 놨다며 자신들에게 61억달러(한화 5조5800여만원)에 달하는 ‘블랙달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강씨에게 블랙달러를 일반 달러로 복구하는데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또 자동차 무역업을 하는 강씨에게 달러가 복구되면 라이베리아 재건 사업에 쓰일 덤프트럭 50대도 강씨에게 구입하겠다고 현혹했다.
이후 이들은 이태원동의 한 호텔에 강씨를 불러 검정색 100달러 지폐 2장을 화학용액에 넣었다 꺼내 진짜 달러로 바뀌는 시연까지 보여주며 강씨가 의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들은 강씨에게 진짜 달러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시중 은행에서 위폐여부까지 판별했다.
진짜라고 믿은 강씨는 이들에게 5000달러를 건넸고, 이후에도 ‘블랙달러를 복구할 화학용액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차례에 걸쳐 총 2만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대사관에 가야 용액을 구할 수 있다던 이들이 번번이 대사관 경비원과 짤막한 이야기만 나누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을 수상쩍게 여긴 강씨가 경찰에 신고한 것.
경찰에 신고된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이들은 “용액 없이도 가능한 새로운 기계가 나왔는데 이를 위해선 돈이 더 필요하다”며 강씨를 상대로 또 다시 사기를 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진짜 달러에 검정색 물질을 바른 다음 화학용액을 이용해 달러에 묻은 색만 지우는 수법으로 강씨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은 강씨가 검정색 물질이 묻은 달러를 직접 만져보는 것을 막기 위해 베이비파우더를 뿌려놓고 유독성 물질이라고 속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날 S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B씨의 뒤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씨는 내전으로 나라가 힘들어 덤프트럭을 구해 나라의 재건 임무를 띠고 한국에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에 라이베리아 대사나 영사가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