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감성이 통하는 시대
21세기 성공 키워드는 여성
“아니 의원님을 만나려 왔는데, 왜 댁이 와!”
어떤 할아버지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내가 이 지역(영등포2,3동 당산2동)의 구의원이고 구의회 사회건설위원장이라고 재차 설명하자, 이 어르신은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쉬이 믿음감이 안가는 눈치다. 아마 내가 여성이라서 본인이 원하는 민원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물론 위 세대를 살아오신 분으로, 그분의 세대에 비춰 그럴만한 인식이다. 하지만 이 사례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편견, 여성리더에 대한 서툰 선입견이 상존하고 있다.
한때는 관료적이고 관리적인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한 적이 있었다. 특히, 지난 개발독재시대 때에는 이러한 가치가 실제 높은 효율성을 보였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지난 20세기가 육체적 힘을 가지고 있는 남성 중심의 역사였다면 지식과 정보, 창의력이 강조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기존에 폄하되어 온 여성성이 학자들로 하여금 미래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나이스비트’ 는 첨단기술시대에는 ‘여성들의 감성이 시대를 지배’하고, ‘감성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성공하려면 여성의 DNA를 가져라
인구 520만의 조그만 나라 핀란드. ‘노키아’란 브랜드로 경제도 성공한 나라지만 정치가 세계적으로 더 유명하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현재 여성이고 정부각료의 반이 여성이며, 수도 헬싱키의 시장과 시의회의장이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들 여성리더들이 내놓은 성적은 가공할 만하다. 핀란드는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국가경쟁력 부문에 2년 연속1위에 기록하고, 최근 4년 동안 국제투명성 기구로부터 반부패지수 1위의 나라로 선정되었다. 19세기 중엽까지만 하더라도 임업을 제외하면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었던 가난한 나라였다.
하지만 1906년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부여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작은 나라 핀란드가 국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여성이다. 이를 보면 ‘립스틱 리더십’으로 성공하고, 성공하려면 ‘여성의 DNA’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한낱 유행어로 흘러버릴 순 없다.
부드러움이 딱딱함을 이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인적 네트워크가 다양하지 못하다. 때론 남성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술자리 문화에 익숙지 못한 것도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대외적인 활동 반경이 남성에 비해 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은 폭은 좁으나 인적관계를 더 깊게 섬세하게 파고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방의원인 본인도 마찬가지다. 구정의 예산을 주부가 알뜰하게 살림 살듯이 섬세한 손길로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구청행정에 의견을 내고, 구청행사에 참여하는 층의 절대다수가 주부들이다. 그런 주부들에게 주부의원인 본인이 다가가서 고민을 듣고 편안한 상대가 되어준다면,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강도가 아무래도 남성의원과 다를 것이다. 지방의원은 이웃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요구되는 민원이 많다. 여성만이 걸어올 릴 수 있는 진솔한 울림, 그것이 말랑말랑한 여성의 감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