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조건 : 시대정신과 내공
김 민 석 (전 국회의원)
김민석 전 국회의원(영등포 출신)은 현재 미국 뉴저지 럿거스 주립대학 로스쿨(J.D. 법무박사)과 중국청화대학 로스쿨(LL.M. 중국법석사)에서 복수학위과정을 공부중임. 2006년 여름,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금 ‘퇴수’(조용히 물러나 내공을 닦음)하기를 참 잘 했다는 격려를 들은데 착안, 그 후 홈페이지에 퇴수일기란 제목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2월 20일 쓴 퇴수일기 8의 주요 내용.(자료출처: http://www.ms2030.or.kr">www.ms2030.or.kr 김민석 전 의원 홈페이지)
‘2007년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
권력의 탄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과 내공이다. 권력의 지향이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권력의 지혜와 능력 즉 내공이 시대정신을 감당할 수준이 될 때, 그 권력은 성공하고 국운은 융성한다. 반대로 권력의 지향이 시대정신에 역행하거나 내공이 부족하면, 그만큼 권력도 국가도 국민도 고생한다. 머리와 입으로는 시대정신을 표방하지만 실제 내공이 못 미칠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가 바로 그렇다.
2002년 대선
지난 2002년 한국의 불운은 시대정신과 내공이 어우러진 후보를 갖지 못한 것이었다. 3김 시대 이후 첫 대선이던 2002년의 시대정신은 ‘새정치’였다. 이회창 후보는 시대정신이 아니었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에 대한 발상에서 시대의 흐름을 쫓지 못했고, 차떼기 대선자금으로 드러났듯 행태 또한 구정치의 답습이었다. 국민은 시대정신을 맨 먼저 본다. 3김 이후 시대를 여는 2002년의 시대정신에 비교적 근접한 것이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였다.
나는 정몽준 후보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선택했었다. 가까이서 관찰해온 노무현 후보는 국가경영자로서는 너무 불안했다. 앞날이 선명히 예견되었다. 정몽준 후보는 개인적으로 잘 몰랐지만, 남북관계와 경제 두 가지는 웬만큼 하리라 기대했다. 어쨌든 단일화를 위해 반드시 함께 해야 할 상대였다. 노와 정, 누가 됐든 단일화가 우선이었고 나아가 노 후보와 새천년민주당-정몽준 후보-시민세력을 포함한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로선 엄청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지만 국민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한 죄송스러운 결심이었다. 국민의 단일화 요구는 읽었지만 방법론에 나의 독단이 있었다. 게다가 단일화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막판 지지철회의 혼란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지지철회는, 투표일 바로 전날 신사협정을 깨 정몽준 후보에게 배신감을 안겨준 노무현 후보, 국가의 중대사 앞에서 자존심과 감정의 벽을 넘지 못한 정몽준 후보, 그리고 선공후사의 절제력을 잃은 정동영의원 등 몇몇 차세대정치인들의 경솔함이 합작하여 빚어낸 대혼란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좌절했고 정치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깊은 환멸을 느꼈다. 국민이 그 혼란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에게 시대정신을 실현할 기회를 줬지만, 결국 우리는 지난 4년간 지도자에게 시대정신 이상으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내공이며, 지도자의 무능과 불안정이 수구보다 나쁜 독선과 사회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학습해야 했다.
2007년 대선
5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고 있다. 시대정신뿐 아니라 내공을 보고 있고, 말의 능력과 함께 일의 능력을 따지고 있다. 그 국민적 탐색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승리할 것이다. 2007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나는 ‘합리적인 미래’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 남북화해, 주체적 세계화, 이런 국민공통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것 말이다. 국민은 무능한 개혁구호에 지쳤지만 보수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또 여전히 미래지향적 가치를 선호하지만 무능하고 경직된 세력에게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누가 2007의 시대정신과 내공, 즉 미래지향적 가치와 합리적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누가 합리적인 미래에 가장 근접한가?
이명박 후보인가? 최근까진 가장 많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해온 듯하다. 그러나 최근의 검증논란과는 별도로, 그는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인식과 경제관에서 자신이 정말 미래한국의 시대정신에 맞는 인물인지를 명료히 입증해 보여야 한다. 그가 그 답을 제시할 것인지 나는 아직 회의적이다. 박근혜 후보는 시대정신이라는 1차 관문을 넘을 수 있는가? 인혁당 무죄판결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보는 답답한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한 박근혜 후보는 미래의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 그럼 열린우리당 출신의 현 여권주자들은 어떤가? 그들은 현정부 실정의 공동책임자이며, 무엇보다 합리적 미래를 일굴 내공을 못 갖추고 있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합리적 미래라는 시대정신에 자신이 부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