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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학부모의 열성과 극성은 구분해야

관리자 기자  2007.01.23 0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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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순 원 (한국가정교육상담소 소장)

사교육에 지출하는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무려 10배에 달해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 이의 효과와 교육적 가치에 대하여는 의견이 분분하고 사교육 열풍은 학교무용론까지 대두시킬 정도로 경악 그 자체입니다.
사교육으로 유명한 신도시 모 중학교 교실 풍경. 깨어있는 학생들은 앞줄 몇 명과 뒤에서 벌 받는 아이들 뿐, 대부분의 학생들이 밤 늦도록 한 학원 공부때문에 피곤해서 혹은 학원 수업에 대비해 미리 잠자고 있습니다.
교사는 전전긍긍하다 제재라도 하면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을까봐 적당히 타협하며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이고,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을 넘어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까지 선행학습으로 영어학원, 수학학원, 그것도 모자라 따로 영어과외, 수학과외까지 받고 늦은 밤 녹초가 되어 집에 들어오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학원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겠다는 자발적인 학생은 없습니다. 대부분 부모들의 성화에 밀려 학원 순례를 합니다.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재미는 커녕 공부에 질려 학업을 수행할 능력을 잃게 됩니다. 아예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는 잠자고 놀러가는 곳이라고 여기는 아이들도 많은데, 과다한 학원 수강은 시간적 금전적으로 낭비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교육 측면에서도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합니다.
공부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이고, 남에게 배운 것도 내 것으로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흥미와 호기심 유발이 없으면 공부하는 자체가 괴로워집니다.
사교육에 의존해서 자기 시간을 모두 빼앗기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게 됩니다.
공부에서는 ‘자기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소중한 시간을 학원이나 과외에 너무 쏟아 붓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스스로 특정 과목이 부족하거나 내용 이해가 어려워(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들의 도움이 불가능할 때) 외부의 조력이 필요할 때에는 사교육 이용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이 공부해보지도 않고 친구가 다니니까, 혹은 부모가 권해서 무작정 다니는 경우가 너무 많아, 이런 사교육 이용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교육과정을 마련할 때에는 평균적인 우리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내에서, 꼭 필요한 내용을 위주로, 다시 말해 원칙적으로 학교 수업만 잘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교과과정이 짜여집니다.
요즘 학원 안 다니는 아이들이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밤 늦게까지 사교육에 볼모로 잡혀있는 아이들은 친구들이 모두 다니니 자기만 안 다니면 불안하다고 하고 또 반대로 물어봐도 꼭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결론은 모두가 ‘불필요한 소모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초, 중등학교뿐 아니라 대학 진학 후에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학부모 여러분!
열성과 극성은 구분해야 합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좀 더 편하고 쉽게 공부하도록 과외를 시키고 학원에 보내지만, 그것이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지언정 멀리보면 공부와 더 멀어지도록 부추기는 것입니다. “인성이다, 특기다, 적성이다, 창의력이다, 주도적 학습이다”라고 떠드는 한편,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와 입시정책, 학부모들의 극단적 교육이기주의와 비뚤어진 교육열과 자식 사랑, 사교육의 교묘한 상혼 앞에서 우리 아이들이 더이상 고통 받아서는 안됩니다.
특히, 선행학습 등 지나친 사교육 풍조가 만연하는 근본적 이유는 우리 교육의 불확실성도 한 몫하고 있어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일관성을 유지해 예측 가능하도록 투명성 확보를 촉구해야 합니다.
학원을 비롯한 학교 밖 과외 등이 보충 내지 보완에 머무르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비뚤어진 우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안 마련에 앞장서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