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 섭 (민주평통 간사장)
그리운 N형!
N형의 오천년 지기(知己) S입니다. N형과 헤어진 지도, 어언 오십여 성상(星霜)이 흘렀구료. 세월이 흐를수록 커져만 가는 그리움은 무슨 까닭입니까? 단순히 인연 때문 만은 아닌 듯 싶습니다. N형 생각에 하얗게 새우는 밤이 부쩍 많아 졌습니다.
N형! 돌이켜 보면 후회가 막급(莫及) 합니다.
그 지긋지긋하던 일제 36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아픔이 우리 앞에 다가 왔지요. 그것은 실체도 모르는 이데올로기 였습니다. N형은 좌익(左翼)에 나는 우익(右翼)이라는 환상(幻想)에 빠져 그저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헤어져야 했고,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서로 총을 겨누는 어처구니 없는 선택을 강요 받았습니다.
N형! 보고 싶습니다.
애정(愛情)이 애증(愛憎)이 되어, 서로 등지고 살아온 세월을 누가 보상해 주겠습니까? 거칠것 없이 날아드는 철새처럼 우리도 새가되어, 저 평화로운 하늘을 자유로이 날고 싶습니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도 물이 되어, 분단(分斷)없이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하늘도 트이고 강물도 막힘 없이 흐르는데, 우리만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N형! 어제는 꿈속에서 N형을 만났지요.
우리가 함께 말을 타고 넓은 대륙(大陸)을 힘차게 달리는 모습이, 생시(生時)처럼 생생합니다. N형과 나는 셋이 되었다가, 둘이 되기도 하고, 때론 넷이 되었다가,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N형! 어쨌든 그렇듯 크고 작은 우여곡절(迂餘曲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의 나라와 하나의 핏줄로 오천년(五千年)을 함께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