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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독립유공자 포상전수식을 마치며...

관리자 기자  2006.09.25 02: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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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귀 영 (서울지방보훈청 홍보담당)

맑고 투명한 햇살 아래에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어느새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말해준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에 온몸을 잔뜩 움츠리다가 문득 계절의 변화에 놀라게 된다. 무덥던 여름이 엊그제였는데 어느덧 산산한 기운이 감도는 가을이라니.....
이렇듯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가치 있는 것들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문득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8월 25일 일제에 맞서 항일운동을 전개한 공로가 인정된 독립유공자 26명에게 서울시청 3층 태평홀에서 포상 전수식을 개최한 적이 있다. 포상 전수식 안내를 하면서 ‘서울시청 태평홀이 협소하오니 부득이하게 포상자 가족들은 3명 정도 참석’하도록 정중히 안내했다.
그런데 막상 포상 전수식장에서 보니 어느 포상자 가족들은 20명가량 참석하고 어느 가구는 10여명이 참석해 포상식장이 어수선하고 매우 혼잡해져 행사를 주최하는 나로서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사전 양해 없이 너무 많은 가족이 참여해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까봐 나의 관심은 오로지 행사 진행에만 쏠려 있었다.
행사가 순조롭게 잘 끝나고 안도하자 포상식에 참석한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포상 받은 가구원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훈장을 펼쳐들고 가슴 벅찬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행사장을 떠나기 아쉬운 듯 몇 차례에 걸쳐 온 가족이 둘러서서 촬영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한켠이 아려옴을 느꼈다. “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단순히 포상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아니고 선조들의 독립운동 사실을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자리이므로 가문의 영광을 재현하는 자리이고 온 가족이 모여 찍은 한편의 사진은 집안의 가보가 되는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조금 전까지 행사의 원활한 진행에만 관심을 가졌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독립유공자를 발굴하고 포상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라면 외관상 보이는 행사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가 목숨 바쳐 우리나라를 구한 독립 운동가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수년간, 아니 어쩌면 수십년 동안 노력하여 어렵게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음을 먼저 헤아렸어야 했건만.....
포상 전수식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 동안 나를 찾아오는 민원인들의 소리에 얼마나 진정으로 귀를 기울였는지?’ 나의 짧은 공직생활을 되돌아보며 반성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