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병 조 (국민연금관리공단 영등포지사장)
최근 우리지사에 백발의 신사분이 방문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자녀가 미납한 국민연금 보험료 때문이었다. 자녀가 소득활동도 하고 납부능력도 있지만 연금 보험료를 안 내게 해달라고 했다. 자신도 국민연금을 납부했지만 손해만 봤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공단에서 연금지급 중단을 요청했는지 여쭤봤다. 그렇지 않았다. 그 분은 현재 연금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최근 언론에서 연금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 지금 받는 연금도 곧 중단될 것이고 원금도 못 받는다고 어림짐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 분께 현재 연금제도의 특징과 기금운용현황을 설명해드리자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는 듯 했다. 더불어 각 개인의 부담인 부모부양 의무를 적절한 보험료 납부를 통해 사회가 함께 나누는 제도 원리를 설명 하자 노신사는 손자를 위해서라도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자녀를 설득하겠다며 지사를 떠났다.
주지하듯 기금고갈논란은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불균형 구조’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불균형 구조가 지속될 경우 후세대 연금 보험료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연금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와중에 사용된 ‘연금폭탄’이니 ‘기금고갈’이니 하는 말들이 ‘주식투자 등의 실패로 기금이 이미 고갈됐다’는 오해와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불신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런 불신의 피해자는 연금이 필요 없는 고소득자가 아니라 오히려 국민연금이 가장 절실한 서민층이다. 때문에 왜곡된 정보와 오해로 연금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분들에게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고 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이고 믿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연금제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고 개인으로서 대비하기 어려운 위험 즉 “나이 들거나 병들고 장애가 남아 소득이 감소되거나 가장이 사망해 가정의 주 소득원이 상실되는” 위험을 함께 대비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노령으로 소득활동이 곤란할 때 ‘노령연금’, 가입 중 발생한 질병, 부상으로 장애가 발생해 노동력이 감소되거나 상실됐을 때 ‘장애연금’, 가장 사망으로 생계가 곤란한 유족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이렇듯 국민연금은 노령, 장애, 사망 등을 아우르는 ‘종합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국민연금제도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하여 장기적으로 기금고갈이 우려되고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보험료 납부가 부담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출산율과 경제성장률을 극적으로 반전시키기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바로 지금 국민연금으로 자신의 노후를 적극적으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자녀 세대는 자신의 노후준비는 물론 부모부양이라는 이중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연금을 받는 부모를 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 사이의 경제적 격차도 더욱 커질 것이다.
당장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성실하게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해 결과적으로 연금지급이라는 혜택을 받게 된다면 노후대비는 물론 자녀 부담도 덜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막연히 국민연금을 불신할 게 아니라 바로 지금 국번 없이 1355로 전화문의를 하거나 가까운 지사에 방문, 국민연금의 참모습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가입자 여러분께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