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화 의원, 지역구 절반 보좌관·비서에게 공천 줘
요즘 한나라당 영등포갑지구 고진화 의원(사진)이 갑작스런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 같다. 모 일간지에서는 ‘대단한 한나라 초선 의원’으로까지 언급되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닌 것이 아쉽기만 하다.
고 의원은 지난 2004년 총선 때 영등포갑에서 당선된 초선의원이다. 그리고 이번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그가 당선된 갑 지역이 공천할 수 있는 시·구의원은 모두 10자리다. 문제는 바로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가 고 의원이라는 것이다.
고 의원은 지난 4월 6일 있은 의원총회에서 “지도부는 예측 가능한 경선 일정을 발표해 주길 바란다. 확정된 일정을 밝히고 경선을 해야 한다. 어느 후보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새로 영입되는 사람도 경선을 통해 아름다운 패배를 인정할 각오를 하고 들어와야 할 것이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고 의원은 이번 공천에서 정말 대단하게 휘둘렀다는 생각이 든다. 10자리 중 절반인 5자리를 모두 자신의 보좌관이나 비서에게 베풀었으니 말이다.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의 진수를 보여 준 셈이라 하겠다. 쓴소리를 하는 김에 고 의원에 의해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의 면면도 살펴보자.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공천 내정을 받은 박찬구(제1선거구), 문병렬(제2선거구), 구의원 공천 확정된 이재형(가 선거구), 김기중(나 선거구), 박성호(라 선거구)씨 이상 5명은 모두 주요 약력에 고진화 의원 전 보좌관·비서 및 현 비서라고 당당하게 기재되어 있다.
갑 지역에서 공천할 수 있는 시의원은 2명이다. 이 두 자리가 모두 고 의원의 전 보좌관들에게 돌아갔다. 그 중 한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좌관으로 등록돼 있던 인물이고, 다른 한 명은 고 의원의 운동권 시절 친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더구나 이들과 경합 끝에 낙천한 이들도 한 명은 보좌관 출신이고, 다른 한 명 역시 고 의원과 관련된 인물로 알려져 있어 정말 ‘어처구니가 없음’이다. 8명의 구의원 공천자 중에서도 위에 언급한 3명은 각각 지구당에서 일했던 전 보좌관, 운전기사로 일했던 전 비서, 고 의원 비서의 학교동창이다.
이건 누가 봐도 비판 받아 마땅한 공천 행태가 아닌가! 그런데도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러한 고 의원의 공천 행태를 비판하는 진정서가 접수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앙당은 이런 고 의원의 손을 들어 줬다는 것이다.
5·31지방선거가 이제 불과 30여일만을 남겨 놓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고 의원은 구민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향후 불어닥칠 회오리 바람을 생각해서라도 잘못된 모든 것들을 바로 잡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김정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