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은 편안한가?
인생을 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불편하게 살 것인가?
-남동기(영등포병원 내과과장ㆍ내과 전문의ㆍ(전)아주대학교병원교수)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라고 확고부동하게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행복이란 살면서 겪는 너무나 많은 조건들이 모자이크처럼 엉키고 설켜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여기에 답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 어떤 조건’이란, 즉 빈부, 명예, 남녀, 노소, 나라, 동네, 학력, 직업, 연봉, 미추 심지어 아파트 평수까지 자라나면서 주입된 여러 요소들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에는 차원을 달리하는 절대적 조건이 있다는 것을 짚어 보고자 한다.
그 절대적 조건이란 바로 ‘심신’의 조건이다.
행복의 그 어떤 조건도 이 ‘심신’이란 절대 조건과 곱의 수치로 행복의 단계를 만든다.
행복의 단계 = ‘그 어떤’ 조건 × ‘심신’의 조건
이 공식을 토대로 하면 그 어떤 조건이 무한대일 지라도 심신의 조건이 ‘0’이란 수치라면 그 행복의 단계는 그저 Zero인 셈이다. 행복은 항상 하지는 않는다.
어느 한순간 아니면 잠시 지속되는 시간동안 우리가 느끼는 천국의 냄새이다. 중요한 것은 그 절대 변수가 바로 자신의 ‘심신’의 조건이란 사실이다. 이 말이 다소 어렵게 들릴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두 예를 들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그 어떤 조건, 예를 들어 더 이상 없는 부유함과 높은 명예라고 하자. 그러나 그의 ‘심신’의 조건이 심각한 정신·심리적 질환이 있거나 신체적 중병을 앓고 있는 경우 두 조건의 곱은 어떠할까? 오히려 ‘심신’을 우선할 것으로 보이는 부유함과 명예 자체가 오히려 그에게 괴로움을 줄 것이다. 나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았는데, “나는 이대로 갈 수 없어!”와 비슷한 절규를 자주 들었다.
그럼 ‘심신’의 조건을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신체적인 건강은 누구나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어디가 아프다 하면 곧바로 병원에 찾아가기 때문에 쉽게 해결 할 수도, 또 서로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의료의 혜택으로 점차 모든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그럼, 단지 수명이 길어진다고 사람들은 과연 행복해 질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마음이란 또 하나의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마음의 질병은 드러내어 놓고 말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낱말, ‘심신(心身)’에서도 마음 심(心)이 몸 신(身)의 앞에 있는 것은 마음이 몸을 우선한다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나 편안함을 이야기 할 때 절대적 변수로 즉, 마음이 몸을 우선한다는 사실이다.
끝없는 문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항상 편치만은 않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또 불편한 인간관계로 인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삶을 항상 편하게 살지는 못하고 있다. 점차 깊어져 가는 우울증이나 잦은 심리적 쇼크는 거의 많은 경우 신체적 질환을 초래하며 더욱 더 사람들을 괴롭힌다. 지금도 어느 그늘진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생명을 끊고 있지 않은가?
행복의 단계는 어쩌면 마음의 편안함과 직결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집돼지 보다 자유로운 산돼지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은 마음이 편안함이 지속되는 순간에 찾아오며 단지 수명의 장단으로 가늠치 못한다.
신체적 장애가 마음을 약하게 하는 것처럼, 마음의 장애 역시 신체를 약하게 한다. 어쩌면 스트레스와 긴장 속의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겐 후자의 경우가 알게 모르게 훨씬 더 큰 비중으로 ‘심신’의 통합조건, 즉, ‘심(心) × 신(身)’을 약화 시킬 것이다. 따라서 ‘심신’을 제외한 타 무수한 행복의 조건의 여하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단계는 그리 향상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행복의 단계를 좌우하는 절대변수로서 ‘심(心)’, 곧 마음이란 조건을 우선순위 1번에 두는 사람들은 현명하다.
인생이란 경기에서 우리는 우선 끝까지 살아남아야 승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여생을 마음 편하게, 그러니까 항상 웃으며 보낼 수 있다면 그의 삶과 같은 것 이상 더한 승전보가 어디 있을까?
그 어떤 삶의 조건을 떠나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살고 웃는 사람이 인생의 승자이다. 마음 편히 웃고 살 수 있고 그러면서 인생을 여유 있게 마감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복 받은 삶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