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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복 60주년과 국가보훈<정하철 서울지방보훈청장>

관리자 기자  2005.08.13 1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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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과 국가보훈

정 하 철  (서울지방보훈청장) 

일제 강점기때 우리 민족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한 백범일지 중에는 ‘하나님께서 나의 소원을 물으신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우리나라의 독립이요…’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항일투쟁을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러시아·미주지역 등 머나먼 이국땅에서까지 풍찬노숙(風餐露宿)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매면서도 오로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피와 땀을 흘리셨던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마지막 소원이며 희망이기도 하였다.
올해는 우리의 선구자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조국 광복이 있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45년 8월 15일 한반도 방방곡곡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맨발로 뛰쳐나와 한마음이 되어 얼싸안고 울었다. 그때 흘린 눈물은 지난 35년간의 서러움보다 조국을 되찾은 기쁨의 눈물이며 “다시는 우리나라를 빼앗기지 않고 잘 가꾸어 후세에 물려주리라”는 비장한 각오의 눈물이었으리라. 그날의 감격과 환희가 삼천리금수강산에 이어질 때 이제부터 우리 민족의 앞날은 자유와 독립, 평화와 변영을 누릴 수 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모두가 좌·우익 논쟁 등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민족의 역량부족으로 당시 주어진 국제여건과 시대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변천하는 동서냉전 체제의 굴레를 피할 수 없어 쓰라린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된 것이다.
6·25 전쟁으로 자유와 평화를 위해 장렬히 산화한 수많은 전몰용사들, 그리고 전상군경들과 유족들은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6.25전쟁의 상흔으로 인하여 지울 수 없는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이제 한 분, 두 분씩 한 많은 생을 뒤로 한 채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까지도 남북대치로 인한 육·해·공군의 젊은 장병들의 아까운 희생과 유가족들의 비통함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나의 국가가 형성되면 여기에 대치하는 적대국가나 세력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이들로부터 국가를 잘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서고 헌신하겠다는 정신 무장이 되어야만 한다. 즉 국민의 호국의식과 나라사랑 정신은 국가유지를 위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국가보훈시책을 통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들의 공훈과 희생을 기리며 이들의 숭고한 애국정신이 우리 모두와 후손들에게 최고의 가치로 자리매김 되도록 계승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금년에는 광복 60주년을 계기로 묻혀진 독립유공자의 발굴·포상과 독립운동사의 재정립, 국민과 함께하는 각종 보훈행사의 실시와, 보훈의 상징인 ‘나라사랑 큰 나무’ 달기 운동 전개, 그리고 해외 보훈사업의 활성화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애국선열이 안장되어 있고 백범기념관이 위치한 효창원을 서울시와 함께 민족의 성지로 조성하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광복이후 그 동안 우리는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용사들의 공헌과 희생으로 되찾고 지켜놓은 대한민국에서 6·25전쟁의 폐허와 보리고개를 넘어 모두가 하나로 뭉쳐 노력한 결과 지난해까지 GDP 7000억 달러의 경제성장을 이룩해 놓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을 살펴보면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분열과 갈등, 물질만능주의로 인한 소비향락 산업의 극치와 개인주의 팽배, 그리고 일부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재 등은 오늘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지난날 겪어야 했던 그토록 많은  설움과 희생을 모두 망각한 듯하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 광복60주년을 맞아 국민 모두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한번 냉철히 살펴보고, 언제 어디서나 나라사랑하는 마음과 국가공동체 정신을 길러 국력을 결집해 나감으로써 제2의 광복인 대한민국의 영광된 통일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