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너 더 젊어졌다. 세월이 네게서는 뒷걸음질치니?”
“호호호 그래? 살 좀 빠진 것 같진 않고?”
“오 그러고 보니 몸짱에도 도전하시나? 비결이 뭐야? 불로초냐 서방님 힘이냐?
깔깔깔.”
줄이 끊어진 구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듯 맑은 웃음소리가 지하철 가득 부서진다.
“나 요즈음 청국장 프로젝트 시작 했어. 지금도 분말 청국장을 요구르트에 타서 마시고 검 은 콩 갈아먹고...,”
이번에는 목소리들이 한숨 잘 끓고 난 다음 잦아드는 밥물처럼 조용조용 낮아진다.
화사한 차림의 여인 셋이 풍족한 삶을 자랑하며 또 서로 조금씩 시샘하며 하늘로 막 떠오르려는 빨강 노랑 파랑 삼색의 풍선처럼 부풀어서 속살거린다. 간간히 들리는 이야기들이 ‘몸에 그렇게 좋대.’ ‘정말 좋아 요즈음은 모두 웰빙 맞춤시대야 운동이고 먹거리고 제대로 먹고 제대로 운동해야 해.’
‘너 파프리카가 그렇게 좋은 식품이래. 참 너는 고구마로 계속 먹어대더니.’ ‘넌 아직도 호박으로 세 끼 모두 때우니?’
‘참 홍삼 기계 잘 쓰고 있니?’
‘아니. 한동안 잘 썼는데 번거로워서 그냥 팩으로 된 것 먹어.’
‘너 요구르트 기계는?’
‘나 그것 보다는 티베트 버섯으로 요구르트 자연 발효 시켜서 먹었더니 뱃살이 좀 정리 되는 것 같아.’
‘까르륵’
차창이 부서질 듯 다시 웃음소리가 터진다.
삶이 버거운 듯 어깨에 힘이 모두 빠져 나간 몇 사람들이 무겁게 감았던 눈을 떠서 힐끗 그네들을 쳐다본다.
재수생이었을까? 귀에 이어폰을 끼고 어학 서를 들고 있던 청년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 든다.
그녀 셋은 아무런 생각 없이 호호대며 좀더 젊어지는 비결과 좀더 날씬 해지는 이야기 그리고 좀더 건강해지고 아무런 병에 걸리지 않는 정보를 자랑삼고 알아내느라 정신없이 분주하다.
‘얘, 들어 봤어 먹는 콜라겐?’
‘응 바르는 콜라겐도 있대지.’
그네들 곁에 있으면 생전 아프지도 않고 늙지도 않을 정보를 끝도 없이 얻어낼 것 같았다.
정말 그랬다. 그녀들이 내 놓는 그 절대적인 비법들은 금방이라도 우리의 주름살을 사르르 펴 놓을 것 같고 우리들의 굵은 허리를 단숨에 어여쁜 선으로 조각해줄 것 같았지만 그녀들은 아직 두루뭉술하고 다들 조금씩 과체중으로 보였다.
그녀들이 사들이고 그녀들이 먹어보고 발라본 그 수없이 많은 건강식품과 약품 종류에도 불구하고 그네들 나잇살은 그네들 치장 속에서 빙그레 웃으며 빠끔히 내다보고 있었다.
젊어지기 위해 매스컴이나 인쇄물에서 보고 듣고 알게 된 참으로 많은 것을 이것저것 먹어보고 실험 해보고 별다른 효과나 확신이 없으면서 또 금방 새로운 것에 재빠르게 달려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그 무분별함들.
어제는 저것을 한 보따리 사들여 죽어라 먹고, 오늘은 이것을 잔뜩 사서 욕심껏 먹으며 내일은 또 다른 이론과 광고에 유혹되어 무엇인가를 한 짐 사서 그것에 매달릴 이 어리석음 들.
과연 그런 것이 웰빙, 참 살이, 제대로 된 삶의 방식일까?
내 어릴 적에는 아이들이 못 먹어서 버짐이 허옇게 피고 술지게미에 사카린을 타서 아침으로 때우고 온 아이들이 콩나물 교실에 술 냄새를 피우며 얼굴이 벌개져서 선생님을 당황스럽게 했고 60년대만 해도 동남아에서 수입해온 쌀이나마 한 술 밥이라도 더 먹지 못해 허기졌던 우리네였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비만과 너무나 잘 먹어서 생기는 각종 질병을 걱정하기 시작 했다. 한 번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하며 각종 합병증과 생명에 위협을 받는 그 고질병들은 모두 너무 잘 먹어서 생긴 병들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제는 몸에 좋은 갖가지 약초와 음식과 물질 그리고 갖가지 비법으로 우리의 얇은 귀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컴프리, 클로렐라, 알로에, 백련초, 누에, 동충하초, 영지, 상황버섯, 굼벵이 오가피 그 외에 아로마 허브 참숯 갖가지 식물과 다단계 판매 회사에 각종 프로그램들과 각종 차 들. 그들의 효능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 아픈 사람 하나도 없고 늙는 사람 아무도 없으며 미인이 아닌 사람도 뚱뚱한 사람도 나아서는 죽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삶이 무엇인가. 생(生)노(老)병(病)사(死)가 아닌가? 태어날 때 태어나고 늙을 때가 되었으면 늙고 병이 들 때가 되었으면 병이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고약하게 늙고 험악하게 병이 들까봐 두려운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요즈음 그런 일로부터 벗어나려는 모습이 좀 지나치고 편집적이며 어리석게도 어떤 상품에 의해서 단숨에 영원히 젊고 영원히 병들지 않으려는 헛된 어리석음들이 자꾸 걱정스럽기만 하다.
진정 아름다운 삶, 제대로 가꾸는 건강한 삶은 불로초를 찾아 이리 저리 헤매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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