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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사연 끝에 이룬 만학도의 꿈’

관리자 기자  2005.02.26 0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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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기관 성지중ㆍ고교의 감동의 졸업식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가 10대들 사이에 끼어 감격의 졸업장을 받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70대 할머니는 눈시울을 붉히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어려운 가장환경 탓에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다가 50년 만에 뜻을 이뤄 중학교 졸업장을 받는 60대 할아버지는 결국 눈물을 쏟아낸다.
이는 지난 16일 강서구민회관에서 진행된 성지중ㆍ고등학교 졸업식 광경이다. 성지 중ㆍ고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들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주부들을 위한 서울시 교육청지정 평생교육기관이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배움에 한을 푼 만학도 등 숱한 사연과 곡절을 지닌 졸업생 720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임현수 할머니(71)는 초등학교 졸업 이후 어려운 가정형편과 시집살이 등으로 68세에서야 평생교육시설인 성지중학교에 입학, 졸업장을 받았다. 집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4차례 갈아타면서 학교에 다녔다는 임 할머니는 “이 중학교 졸업장이 나의 보물 1호”라며 가슴에 안았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초등학교 졸업 이후 50년만에 중학교 졸업장을 받아든 이지용 할아버지(66)도 “배움에는 끝이 없는 법이야”라며 손자뻘의 동창들과 자식뻘의 교사들을 향해 사뭇 훈계조로, 점잖게 말했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 보육원에서 자란 정미라 양(19·가명)은 우등상을 받기로 돼 있었지만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규학교 중3 때 친구와 함께 보육원을 도망쳐 나온 정양은 절도·폭력 등에 연루돼 소년원을 다닌 적도 있다. 한국갱생보호공단에서 생활하는 정양은 지난해 성지중 3학년에 편입한 이후 교사들의 따뜻한 배려로 우등생이 됐지만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한 교사는 “정양이 전날 ‘졸업식에 찾아올 가족이 없어 더 슬퍼질까 봐 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졸업식에서 김한태 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년 졸업생 중에는 130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117명이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밝히면서 “성지중ㆍ고교는 저마다의 능력과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학교로 조금씩 자라고 있으며, 더 큰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이현숙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