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중상에도 범인검거 ‘투혼’

관리자 기자  2004.11.26 05:29:00

기사프린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소속 경찰관

한낮의 도심 격투 상황에서 경찰관의 ‘중상 투혼’이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소속 박모(45) 경사와 고모(30) 순경은 지난 8일 오후 2인조 오토바이 날치기범과 격투를 벌이다가, 칼에 베이고 총상까지 입었지만 끈질긴 투혼으로 이들을 모두 검거했다.
박 경사와 고 순경이 오토바이를 탄 날치기 일당을 발견한 것은 이날 오후 1시20분경.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날치기를 한 범인들이 400㏄급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나와 노란 돈 봉투를 든 채 쏜살같이 서강대교를 향하고 있는 것을, 마침 국회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박 경사와 고 순경이 발견, 날치기범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순찰차로 이들을 몰래 미행했다.
그러다 경찰이 뒤쫓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질주하던 범인 김모(26)씨 일당이 서강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접어드는 도로변에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태연히 돈을 세기 시작하자, 박 경사와 고 순경은 순찰차로 이들의 오토바이를 가로막았고 검거에 나섰는데, 범인들은 경찰관을 보자 모두 길이 30㎝정도의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경찰관과 범인들 사이에 2대2 격투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공범 권모(22)씨가 고 순경에게 거의 제압당해 체포 직전, 특수강도 등 전과 11범의 김씨는 노련한 칼 놀림으로 박 경사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벴고, 박 경사가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움켜쥐고 주춤하는 순간, 김씨가 체포 직전의 권씨와 합세, 고 순경에게 달려들어 고 순경의 옆구리부분을 찌른 다음 권총을 빼앗아 박 경사를 겨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나 흉기에 찔린 고 순경은 부상도 잊은 채 자신의 총을 빼앗은 김씨가 박 경사를 위협하자 뒤에서 달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실탄이 발사돼 자신의 엉덩이 부분에 박히는 부상까지 입었고, 고 순경과 김씨가 승강이를 벌이는 동안 박 경사는 권총손잡이를 잡아야 하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거의 잘렸나갔는데도 침착하게 권총을 쥐고 방아쇠를 당겨 김씨의 허벅지와 팔 등을 맞춰 김씨를 쓰러뜨렸다.
자신이 중상을 입었고 범인이 바로 눈앞에서 동료 경찰관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경사의 신속하고 침착한 대응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대낮에 총성까지 울리는 격투에 지나가던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 격투의 현장에서는 ‘범인을 검거하고야 말겠다’는 두 경찰관의 끈질긴 투혼이 빛났다.
/ 김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