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봉 서울지방병무청 정책자문위원
구맹주산(拘猛酒酸)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에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들에게 친절하며, 술을 팔면서도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파는 장씨(莊氏)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 않아 술맛이 시큼하게 변질되곤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인 장씨는 동네의 유식한 노인 양천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양천은 그 술집에서 기르고 있는 개가 너무 사납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린아이에게 술을 받아오라 시켜도 아이들이 사나운 개가 두려워 장씨네를 찾아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고 한다.
이 고사성어가 전하는 의미는 한 나라에 간신(奸臣)이 많으면 어진 신하(忠臣)들이 모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요즘엔 고객 접점관리를 못하면 기업의 발전이 어렵다는 뜻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개가 있는 곳이 바로 술을 사러 오는 고객과 술집이 처음 만나는 곳, 접점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사나운 개가 아니라 친절한 머슴이 있었다면 장씨네 집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실제로 회사의 직원들이 고객과 접하는 최초 15초가 그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한다고 하니 최 일선에서 고객과 접촉하는 직원들의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만한 일이다.
서울지방병무청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간혹 서울병무청에 전화를 걸 일이 생기는데,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전화매너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져 매우 친절해짐을 체감할 수 있다.
과거 행정기관의 고객 접점이 민원실이었다면 인터넷 등 통신이 발달한 요즘 시대의 고객 접점은 누가 뭐라 해도 전화기라 생각한다.
특히 병무청의 경우 병역이행의 주 연령이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점과 모든 병무민원을 100% 인터넷으로 접수·처리로 민원실 방문 보다는 인터넷으로 민원을 출원을 하고 전화를 이용하여 처리방법과 처리결과를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점을 볼 때 병무청의 고객 접점은 전화기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고, 병무행정의 성격상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곳이라는 딱딱한 이미지 때문에 전화를 거는 사람이 부담감을 갖고 전화를 걸게 되는 것도 사실이므로 전화 응대 친절도가 어느 기관 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며칠 전 서울지방병무청 정책자문총회를 참석하여 금년도 주요업무 실적보고를 받게 되었는데 다양한 업무실적 중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직원들의 전화응대 친절도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소개됐다.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다양한 제도개선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고객 접점 직원들이 불친절하게 전화응대를 한다면 모두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만큼 전화응대 친절도는 중요하다.
서울병무청 직원들이 고객 접점에서 인정 많고 친절한 주모가 되어 전화응대를 한다면 병무청의 고객만족을 제고하는 견인차 역할과 함께 병무청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서울병무청 직원들의 친절한 전화응대가 내재화 되어 대한민국 대표 친절기관으로 회자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