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성균관대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최근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KTX 영등포역 정차와 관련 각각 다른 내용의 현수막들이 게시된 것을 볼 수 있다. 한쪽에서는 KTX 영등포역 정차를 환영한다는 내용이고, 다른 쪽에서는 하루 두 편 밖에 서지 않는다는 것과 그 두 편 때문에 새마을호가 10편이 축소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각의 견해들은 나름대로 근거와 타당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를 보는 영등포 주민들은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우선 구체적인 사실들을 먼저 알아보자. KTX는 최고속도 300㎞로 달리는 열차로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의 핵심 교통수단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의 경부고속철과 호남고속철 외에도 추가로 내륙선 및 해안선 등을 구축해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본과 같이 철도를 주 간선망으로 하고 일반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보조망으로 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승객 1인당 CO₂배출량에서 일반 차량이 기차에 비해 약 8배 이상 높기 때문에 향후 교토의정서에 따른 탄소배출량 감소 문제는 곧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지역들은 철도망의 구축과 이에 따른 정차역의 배정이 지역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며, 따라서 주요 도시들은 KTX 정차를 위해 각종 로비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영등포는 예로부터 수도 서울에 진입하는 관문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영등포는 서울 4대문 외곽의 가장 큰 교통의 중심지였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KTX 도입 당시 주요 관문인 영등포역을 배제하고 광명역사를 건설하면서 수도권 남서부의 교통중심축을 영등포가 아닌 광명으로 결정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철도공사 역시 이용객 수를 볼 때 영등포가 광명보다 1.6배 이상 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영등포역에 KTX를 정차시킬 경우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한 광명역사가 제 구실을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영등포역 정차를 하지 못해 왔다.
두 번째는 KTX 영등포역 정차 때문에 새마을호가 10편 축소되었다는 주장의 내용이다. 이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듯 하다. 알다시피 새마을호는 대부분 만들어진지 30년 가까이 된 노후 차량들이다.
더구나 새마을호는 동력이 디젤 연료를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에 문제가 있어 점차 전기 동력 차량인 TC나 EMU차량으로 교체되는 과정이다. 즉 새마을호 축소는 KTX 정차에 따른 반대급부가 아니라 자연적인 교체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정부가 결정한 KTX 영등포역 정차는 하루 왕복 두 번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몇 천억 들어가는 국가 예산도 처음 단돈 1-10억원 타기가 어렵지 일단 타내기만 한다면 그 사업은 계속 사업이 된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은 하루 두 편 뿐이지만 영등포역사 현대화 계획이 이루어져 KTX 정차를 위한 지하역사 사업이 이뤄진다면 명실공히 영등포역이 수도 서울의 관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다. 이제 남은 숙제는 빠른 시간 내에 영등포역사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영등포 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