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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연평도 피격사건과 쿠바 미사일 사태의 교훈

관리자 기자  2010.12.01 13: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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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수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지난 1962년 10월 16일 미국의 U-2정찰기가 쿠바 상공을 정찰하던 중 쿠바에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만일 쿠바에 핵미사일이 배치된다면 미국은 단 5분 만에 핵공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10월 22일 케네디 대통령은 고심 끝에 라디오 연설을 통해 소련이 쿠바에 건설중인 미사일 기지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소련이 이곳에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려는 어떠한 기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며, 이에 쿠바로 향하는 카리브해의 모든 해상로를 봉쇄한다고 발표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즉각 동원 가능한 모든 함대를 쿠바로 행하는 길목인 대서양 카리브해 전역에 배치했고, 이날부터 사태가 종료되는 11월 2일까지 13일 동안 미·소의 충돌로 인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전 세계는 숨을 죽이고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다.
결국 예상치 못하게 강경한 미국의 태도에 소련의 후르시쵸프 서기장은 굴복해 쿠바로 가던 미사일을 실은 소련 함대를 회항시킴으로써 사태는 수습됐고 미국의 안보는 지켜지게 됐다.
이 사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배우인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D-13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국제관계를 분석하는 이론 중에 게임이론이 있다. 그 이론 중 치킨게임(치킨은 닭을 말하지만 겁쟁이라는 의미가 있음)이 있는데 마주한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다가 겁이 난 사람이 자동차의 방향을 바꾸게 되고 충돌을 감수하고서라도 끝까지 가면 결국 겁쟁이가 방향을 바꾸어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즉 국가 역시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훈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지난 11월 23일 오후 북한은 우리 영토인 연평도에 무차별 폭격을 가해 해병 2명이 순국하고 십여명이 다쳤으며, 2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포함해 수명의 민간인이 부상당하고 연평도 마을 자체가 폐허로 변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의 원인을 두고 많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태세다. 사건 초기 확전을 피하라는 대통령의 첫 발언을 두고 많은 논란이 일어났으며, 군의 대응태세 미흡으로 인해 교전수칙을 강화한다는 말도 들린다. 더구나 초기에 항공기로 북한의 해안포 진지를 공격했어야 한다는 언급도 있고, 심지어 대통령에게 확전을 피하라고 초기 상황을 잘못 전달한 청와대 참모들을 문책하라는 여당 내 언급도 있었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든 전쟁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오히려 전쟁을 막는 길이다.
우리가 북한에 비해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잃을 것을 두려워해서 자꾸 피하기만 한다면 호랑이와 곶감의 우화처럼 이것저것 다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강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때로는 우리가 강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쿠바 미사일 사태를 통해서 미국이 보여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