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로 전 서울시의원
대림동과 인접해 있는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와 내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2년 5월 8일이었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가 들어서던 초창기였던 그때는 구로디지털산업1단지에 지식산업센터가 3-4채 정도 건립이 된 상태였으니 당시 구로3동 동사무소 앞에 보면 작은 쪽 방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대림동은 이미 가리봉과 같이 연변거리를 다니는 중국동포들이 기거를 하던 주거공간이 되었었던 것이다. 골목길을 걷다가 보면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던 구로지역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어 고층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차고 쪽방촌도 새로운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되어 전혀 새로운 환경으로 변해버렸다.
이때 많은 중국동포들이 상대적으로 주택 임대가격이 저렴했던 대림동으로 이주했고, 이러한 이주의 배경과 교통의 편리성 때문에 대림동은 중국동포의 집단적 거주지화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출퇴근을 하면서 디지털단지로에 늘어선 간자체 간판을 보면서 그리고 시간이 경과되면서 점점 그 확산속도가 더해 감을 보게 된다. 그때는 무엇인가 좀 특이한 지역이라고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 큰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 하지만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나는 영등포구 4선거구(대림동, 신길6동)에서 시의원으로 당선 되었기에 대림동의 중국동포 문제가 나의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현안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대림동의 중국동포 문제를 파악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다. 처음으로 대림2동 중앙시장 내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김신복씨를 알게 되었고, 그분을 통해 귀한동포연합총회라는 단체를 접하게 되었다. 총회 사무실은 구로구청 앞에 있었으나 현재는 대림3동으로 이전을 했고, 국적을 회복했으나 이미 연로한 동포들이 저자거리를 헤매고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로 같이 어울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았다. 이러한 동포의 생활상은 기존 주민들에 합류하지 못하고 물위에 기름이 떠돌듯 고립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여기에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으로 비교적 젊은 계층의 중국동포들이 집단화를 가속화시키고 규모의 확대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가속화되는 집단화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수십만 중국동포의 고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자신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먹고 마시던 음식과 음료가 있고 자신들의 언행에 스스럼없는 곳이며 모두의 가슴에 녹아있는 감정을 달랠 수 있는 음악과 율동이 있어 조국이라고 찾아온 곳에서 당하는 생활 속의 차별과 멸시를 순화시킬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즉 중국동포들이 갖는 정체성이 보편타당하게 드러나는 가하면 기존주민들의 문화와 충돌을 초래하여 기존 주민에 대해 ‘정체성 위기의 집단적 발현’을 촉발시키는 소수자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존 주민들과의 갈등을 가속화 시키면서 일면 문화적 타협의 국면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나는 기존 주민과 중국동포집단 모두가 생활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음을 본다.
시의원으로서의 임기 중에 중국동포의 특성이 파악되어 연로한 계층의 동포 노인세대를 위한 경로당의 설립, 동포단체의 행사를 위한 예산의 지원, 동포를 아우를 수 있는 다문화센터의 설립을 위해 영등포구 다문화빌리지센터 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으로 이들을 지원했지만, 이들이 아직 법적인 외곽지대에 동포들이 놓여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정부 정책이 동포에게는 미흡할지 모르지만 그로 인한 기존 주민들의 불편, 불안, 불만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논리에 의해 이제 기존 주민들도 원하던 원하지 않던 집단화된 중국동포들과 경쟁을 해야 하고 쟁취를 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동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우리를 위해 동포들에게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동포사회에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표하고 있는 곽승지 교수(2009)는 “건전한 조선족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 주민이나 중국동포들이 상생하는 지역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일정한 공간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이고 우리가 지역사회에 내거는 숙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주민인 대림동의 주민 더 나아가 인구 10%가 외국인인 영등포구 주민들은 지역을 저버리지 않고 중국동포와의 상생을 위해 어떠한 생활방식을 취해야 할 것인가? 중국동포들은 ghetto화 되지 않기 위해 기존주민들과의 상생을 지향하는 생활방식의 변화적응을 위하여 어떠한 내부개선을 혁명적으로 해야 할 것인가? 정치권을 포함한 행정기관은 이들 두 집단의 상생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것인가?
이 세 가지의 물음은 경인년을 보내며 대림동이라는 공간을 살아가는 두 집단에게 던져진 신묘년의 커다란 화두인 것이며, 일선 행정기관은 중국동포라는 소수자집단이 우리사회에의 방관자 내지는 불만세력으로 성장되지 않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심각하게 고민을 시작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